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백승현의 시각] 교도소 담장 걷는 84만 영세中企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승현 경제부 부장·좋은일터연구소장
    [백승현의 시각] 교도소 담장 걷는 84만 영세中企
    새해 벽두에 벌어진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테러는 여야는 물론 진영을 떠나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다행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기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사흘 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는 총선 정국과 맞물려 극한 대립 모드에 들어갔다. 곧 이어질 공천 시즌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현역 의원들은 상대 당을 비판하며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민생 이슈는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중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은 여야의 표 계산 속에 논의가 중단됐다. 84만 명에 달하는 영세 사업주는 앞으로 약 2주 뒤부터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될 처지에 몰렸다.

    정부 사과 등 野 요구 수용했지만

    2022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법 제정 당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등 처벌에 비해 의무사항이 불명확하다는 논란을 겪으면서 5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 시기를 2024년 1월로 미뤘다.

    하지만 법 시행 직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하고 법 적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여당은 지난해 9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적용을 2년 추가 유예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당정은 작년 12월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입법의 키를 쥔 민주당도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준비 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 구체적인 향후 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 마련, 2년 뒤 모든 기업에 적용하겠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이다.

    정부는 야당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부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준비 부족을 여러 차례 인정했고, 지난해 말 84만 개 전체 사업장에 대한 안전진단 등 정부 지원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단체는 물론 경제 6단체 공동명의의 “2년 후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거대 야당은 묵묵부답이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임박

    일하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전보건관리체계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공백으로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한데, 즉각적인 엄벌보다는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게 영세 중소기업들의 호소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도 중소기업계의 호소와 맥이 닿아 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사고 발생 때 현장책임자만 처벌하고 본사 경영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중대재해법의 취지인데, 대부분 영세 중기의 경우 현장책임자와 경영책임자가 같은 인물이다. 당장 일할 사람도 못 구하는 마당에 “안전책임자를 뽑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은 한숨만 부를 뿐이다.

    중대재해법은 사고를 전제로 강제되는 법이어서 근로시간 위반처럼 계도기간을 두거나 시정지시를 할 수도 없다. 1월 27일이 지나면 2월, 3월에 입법을 하더라도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84만 중소기업인의 호소가 여의도에 닿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1. 1

      [백승현의 시각] 노조법 거부권, 무엇을 망설이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 졸이고 지켜봤던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이 ‘오일 머니’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한밤중 아쉬운 결과를 접하면서 전혀 다른 아쉬움, 아니 걱정이...

    2. 2

      [백승현의 시각] 근로시간 개편 더 속도내야…"정권 잃더라도 개혁" 초심 지키길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후 노동·교육·연금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선언하며, 특히 노동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 관련 국정과제 계획은 장밋빛 청사진 그 자체였다.그...

    3. 3

      [백승현의 시각] 월급 40만원, 실업급여 90만원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 편의점에서 하루 2시간씩 주 5일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A의 월 급여는 42만원이다. A가 7개월 남짓 일하고 그만두면 실업급여는 얼마나 받게 될까. 월 92만원씩 최소 4개월간 받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