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에 따른 피해액이 8163억엔(약 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128명으로 늘었다.

일본 최대 증권그룹 노무라홀딩스 계열 연구소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재해의 전체적인 모습이 밝혀지지 않아 잠정적인 수치”라며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8163억엔에 달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주택 1만9000여 채가 완파 또는 일부 파손됐다고 가정하고 전기, 가스 같은 인프라 시설과 농지 피해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내각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지진 피해액을 각각 16조9000억엔과 4조6000억엔으로 추산했다. 노토반도 강진의 피해 규모는 동일본대지진의 4.8% 수준이다.

SMBC닛코증권은 이번 지진이 2024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약 640억엔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연구원은 “복구와 부흥 공사로 GDP가 늘어나는 효과는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개인 소비가 위축되면 여파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조 작업이 계속되면서 사망자도 늘고 있다. 이시카와현은 7일 오후 2시 기준 사망자가 128명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2000년 이후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2만2000여 명의 희생자가 나온 동일본대지진과 276명이 사망한 2016년 구마모토지진 후 가장 많다. 이날 일본 정부는 노토반도에 발생한 강진을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번이 8번째다.

행방불명 및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 수도 222명에 달했다. 약 6만6000가구에서 단수가, 2만7000가구에서 정전이 이어지고 있다.

노토반도 서쪽에 있는 시카 원자력발전소 배수구 주변 바다에서는 기름막이 확인됐다. 이 원전 운영사인 호쿠리쿠전력은 강진 이후 변압기에서 기름이 샌 것을 확인하고 점검한 결과 7일 밤 배수구 출구 부근 해수면에서 가로 10m, 세로 5m 범위의 유막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NHK방송에 따르면 변압기 자체는 방사성 물질을 취급하는 영역 밖에 있는 만큼 방사성 물질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부품,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제조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도시바와 무라타제작소의 현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자동차산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번 지진으로 현지 부품업체 일부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도요타는 새해 첫 가동일인 8일부터 12일까지는 재고를 활용해 자국 내 13개 완성차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이후 가동 여부는 추가 조사를 거쳐 판단할 방침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