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올리고 싶은데"…국가장학금·총선에 대학들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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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결에 인상 필요성 커졌으나 주저…이미지 악화에 신입생 모집 '불똥' 우려도
"대학이 정치논리에 휘둘려…당당하게 논의했으면" 목소리도 올해 등록금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학들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지난해까지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황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을 올리면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놓치고,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 등록금 법정 인상 폭 역대 최대에…대학들 '유불리 셈법' 복잡
7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5.64%로 정해졌다.
이는 작년(4.05%)보다 1.59%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하기 시작한 2011학년도 이후 최고치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이같이 커진 것은 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영향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로 결정된다.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 한도의 기준이 된 2021∼202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6%였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확대되면서 실제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 대학은 등록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자 2009년부터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왔다.
2012년부터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은 지난해까지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확대되면 국가장학금Ⅱ 수입보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입이 더 많아져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여서 대학들은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에도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4.05%)가 전년(1.65%)보다 대폭 확대되자 전국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3개교 가운데 17개교(8.8%)가 등록금을 인상한 바 있다.
◇ 등록금 인상 '후폭풍' 부담…"교육부 압박도 상당할 듯"
하지만 많은 대학은 쉽사리 인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등록금을 올리면 올해 당장 국가장학금Ⅱ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이 대부분 동결한 가운데 '나 홀로' 등록금을 올릴 경우 이미지 타격도 적지 않다.
이는 신입생 모집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대학들의 인상 결정을 가로막는 요소다.
'표심'을 의식해 정부와 여당에서 등록금 인상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사립 A대 총장은 "재정이 정말 어려워 등록금을 인상하긴 해야 하는데, 개별 대학이 (등록금 인상 후폭풍을) 대응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경북 지역 사립 B대 총장 역시 "학교 살림이 힘들어서 등록금을 3∼4% 정도 올리고 싶은 생각은 있다"면서도 "국가장학금Ⅱ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우리 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이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들은 아직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2년 연속 등록금을 올리기엔 부담스럽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사립 C대 총장은 "작년 등록금 인상분은 모두 (학생들이 요구한 대로) 화장실을 수리하고, 강의실 빔프로젝트를 고치는 등에 썼다"며 "올해에도 재정 상황을 보면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데 분위기상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작년 등록금을 올린 비수도권 교대 D대 총장은 "사정은 매우 어려우나, 올리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교육부에서 (인상 자제) 압력이 대단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서울대, 부경대, 군산대 등 일부 국립대는 일찌감치 등록금 동결 방침을 밝힌 상태다.
◇ "대학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돼" 불만도
대학들 사이에서는 대학 연구의 질, 교직원 채용과 사기 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변수이자 고등교육 경쟁력과 이어지는 등록금 문제를 법률도 아닌, 교육부 정책으로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는 데 불만이 적지 않다.
더구나 등록금을 표와 연결 짓는 행태에 대해서는 반발이 더욱 크다.
A대 총장은 "많은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당당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조차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대학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대학은 15년 동안 교직원들의 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에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총 3천50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최근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공고 보도자료를 통해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각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 예산은 어느 때보다 확충된 상황"이라며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대학이 정치논리에 휘둘려…당당하게 논의했으면" 목소리도 올해 등록금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학들의 고심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지난해까지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해 재정 상황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을 올리면 수억∼수십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놓치고,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 등록금 법정 인상 폭 역대 최대에…대학들 '유불리 셈법' 복잡
7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5.64%로 정해졌다.
이는 작년(4.05%)보다 1.59%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 상한을 공고하기 시작한 2011학년도 이후 최고치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이같이 커진 것은 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영향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로 결정된다.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 한도의 기준이 된 2021∼202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6%였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확대되면서 실제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대다수 대학은 등록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자 2009년부터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왔다.
2012년부터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학은 지난해까지 15년째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다.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가 확대되면 국가장학금Ⅱ 수입보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입이 더 많아져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 상황이 악화할 대로 악화한 상태여서 대학들은 계산기를 분주히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에도 법정 등록금 인상 한도(4.05%)가 전년(1.65%)보다 대폭 확대되자 전국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3개교 가운데 17개교(8.8%)가 등록금을 인상한 바 있다.
◇ 등록금 인상 '후폭풍' 부담…"교육부 압박도 상당할 듯"
하지만 많은 대학은 쉽사리 인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등록금을 올리면 올해 당장 국가장학금Ⅱ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이 대부분 동결한 가운데 '나 홀로' 등록금을 올릴 경우 이미지 타격도 적지 않다.
이는 신입생 모집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올해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대학들의 인상 결정을 가로막는 요소다.
'표심'을 의식해 정부와 여당에서 등록금 인상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사립 A대 총장은 "재정이 정말 어려워 등록금을 인상하긴 해야 하는데, 개별 대학이 (등록금 인상 후폭풍을) 대응하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경북 지역 사립 B대 총장 역시 "학교 살림이 힘들어서 등록금을 3∼4% 정도 올리고 싶은 생각은 있다"면서도 "국가장학금Ⅱ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 우리 대학을 비롯해 많은 대학이 서로 눈치 보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등록금을 올린 대학들은 아직 재정난이 해소되지 않았다면서도, 2년 연속 등록금을 올리기엔 부담스럽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사립 C대 총장은 "작년 등록금 인상분은 모두 (학생들이 요구한 대로) 화장실을 수리하고, 강의실 빔프로젝트를 고치는 등에 썼다"며 "올해에도 재정 상황을 보면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데 분위기상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작년 등록금을 올린 비수도권 교대 D대 총장은 "사정은 매우 어려우나, 올리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며 "교육부에서 (인상 자제) 압력이 대단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서울대, 부경대, 군산대 등 일부 국립대는 일찌감치 등록금 동결 방침을 밝힌 상태다.
◇ "대학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선 안 돼" 불만도
대학들 사이에서는 대학 연구의 질, 교직원 채용과 사기 등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변수이자 고등교육 경쟁력과 이어지는 등록금 문제를 법률도 아닌, 교육부 정책으로 사실상 좌우하고 있다는 데 불만이 적지 않다.
더구나 등록금을 표와 연결 짓는 행태에 대해서는 반발이 더욱 크다.
A대 총장은 "많은 사립대가 등록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당당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조차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대학이 정치 논리에 휘둘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대학은 15년 동안 교직원들의 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올해에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에 총 3천50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최근 등록금 법정 인상 한도 공고 보도자료를 통해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각 대학에서 등록금 동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 예산은 어느 때보다 확충된 상황"이라며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