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7명 7억여원 후원, 宋 정치지원 목적…먹사연이 외곽 세력으로 변질"
송영길 "자발적 후원금, 나와 무관…직무상 양심 팔지 않았다"
檢 "송영길, 후원 기업인 현안을 공약으로 추진…정경유착 범행"(종합)
검찰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익법인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사적인 외곽조직으로 운영하면서 기업인들의 사업상 현안을 선거 공약으로 추진하는 등의 방식으로 후원금을 유치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4일 송 전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이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 인건비와 사무실 유지비, 경선 여론조사와 컨설팅비 등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지역 기업인 7명으로부터 먹사연 후원금 명목으로 7억6천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을 받는다.

먹사연은 정책 싱크탱크일 뿐이라는 송 전 대표 주장과 달리 당 대표 경선 전략 수립, 대내외 인지도 향상, 공약 개발 등 그의 정치활동을 지원·보좌하는 기관이자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공익법인인 먹사연이 2020년 1월께부터 송 전 대표의 개인 외곽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가 정치적 조언을 받던 측근 이모씨를 먹사연 소장에 앉힘으로써 실질적인 정치 외곽조직으로 구축하고, 다른 측근인 박모 상임이사가 후원금 유치·관리 등 연구소 자금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검찰 관계자는 "(먹사연은 공익법인으로) 가장된 후원회"라며 "송 전 대표는 이전에도 당 대표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지원 세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먹사연을 사적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외곽 세력으로 변질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송 전 대표는 기업인들과의 만남에 박 이사를 배석하게 해 후원금 유치를 유도하고 수시로 후원 내역을 보고 받는 등 후원금 모집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후원한 기업인의 사업상 현안을 국회의원 지역구(인천 계양을) 선거 공약으로 추진하거나 후원 약속 기업인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별도로 식사 자리를 만들어 사의를 표하고 고액 후원자의 사업상 현안 관련 청탁을 챙기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이 파악한 불법 정치자금 후원자 명단에는 폐기물업체 대표부터 요양병원장, 골프장 대표 등이 망라됐다.

검찰은 먹사연이 폐기물 업체를 운영하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500만원, 김모 재활요양병원 원장으로부터 받은 1억300만원, 김모 건설업체 대표와 이모 화장품 부자재 제조업체 대표로부터 각각 받은 1억원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조모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7천500만원, 형모 골프장 대표로부터 받은 3천만원, 유모 건물 청소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받은 5천만원 등도 불법 정치자금에 포함했다.

기부자의 의도, 기부자와 송 전 대표의 관계, 기부 경위, 먹사연의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먹사연 전체 후원금 가운데 7억6천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발라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적·물적 증거로 송 전 대표가 직접 보고받고 관여한 것을 확인했다"며 "기부자의 의사도 송 전 대표의 정치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낸 후원금 가운데 4천만원은 국토교통부를 설득해 소각시설 허가를 내달라는 청탁과 결부됐다고 보고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실제로 박 전 회장의 청탁을 실현하기 위해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검찰은 "먹사연은 송 전 대표를 보좌하는 데 필요한 각종 비용을 유일한 수입원인 후원금으로 충당했고 송 전 대표는 자신을 지지하는 기업인들로부터 먹사연 고유 사업과는 무관하게 거액을 기부받았다"며 "이런 먹사연 후원금은 정치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자금은 정치자금법에 규정된 방법과 한도로만 받을 수 있는데 공익법인을 이용해 규제를 회피한 것이란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정치권력과 이들을 통해 유·무형의 혜택을 기대하는 경제 권력이 거액의 금품을 고리로 결탁한 것으로서 민의를 왜곡하고 정치적인 부패를 야기하는 이른바 정경유착 범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른 정치인들도 공익법인을 외곽조직으로 활용하는지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후원자로 지목된 인물이 극단 선택을 한 데 대해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인권보호수사준칙 등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검찰 소환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전후해 "(먹사연의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인이 자발적인 후원금을 냈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돈 4천만원에 저의 직무적 양심을 팔아먹을 정도로 정치활동을 해 오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