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날 오전 한앤컴퍼니 측 법률대리인 김유범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일가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날 오전 한앤컴퍼니 측 법률대리인 김유범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양유업 경영권 매각을 둘러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법정 싸움에서 한앤컴퍼니가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홍 회장 측이 문제 삼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쌍방자문'에 대해 홍 회장 측이 동의했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날 오전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홍 회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의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 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합계 지분율 52.63%)를 한앤컴퍼니에 넘겨야 한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경영권 다툼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회장은 2021년 초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의 허위 발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해 5월에는 홍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그해 7월 30일로 예정된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9월 14일로 돌연 연기했다. 사퇴를 약속한 홍 회장도 3개월이 지나도록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고선 경영권 매각 업무와 관련한 법률대리인을 LKB앤파트너스로 바꿨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선 "남양유업 측이 매각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한앤컴퍼니는 8월 23일 홍 회장 등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측은 9월 1일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지했다.

홍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한앤컴퍼니 측이 홍 회장 등에 대한 임원진 예우와 백미당 사업권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측을 쌍방대리한 것도 불법"이라며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2022년 9월 한앤컴퍼니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피고 측 김앤장 소속 변호사 등에게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거나 실제로 대리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며 "계약대로 주식을 양도하라"고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변호사는 피고 측의 '사자'(使者·의사표시를 전하는 사람)로서 특정 법률 효과의 발생을 원하는 피고의 의사를 원고에게 전달·표현하거나 이를 보조하는 행위를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이 사건에 '대리인은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본인을 위해 자기와 법률행위를 하거나 동일한 법률행위에 관해 당사자 쌍방을 대리하지 못한다'는 민법 제124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주식거래 자문은 변호사의 수임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서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원고가 피고들 가족의 처우 보장에 관해 확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작년 2월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피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홍 회장 측은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도 주식 매매계약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 측 변호사 등이 이 사건 주식매매계약 체결 관련 대리인이 아닌 ‘사자’에 불과하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변호사법상 당사자 쌍방으로부터 수임을 금지한 ‘법률사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 부분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사건 주식 매매계약의 목적물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상황에서 피고가 가장 중요한 계약 내용이자 주된 급부에 해당하는 주당 매매대금에 대한 협상·결정을 직접 하면서 계약 주선자를 통해 쌍방자문에 대해 사전 또는 사후에 동의했다"며 "그런 이유로 민법 제124조 및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