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난항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어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최로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진앙처럼 돼온 최근 건설업계 사정을 반영하듯 채권단 400여 곳이 참석해 회사 정상화 방안을 모색했다. 오는 11일 열릴 채권단협의회에서 75%(금액기준)가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시작된다. 일각의 우려대로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돼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면 최악 상황이 된다.

무산 위기까지 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난항을 보면서 부실기업 대주주의 책임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실에 책임이 큰 경영 참여 오너 등 대주주의 역할과 책무는 사실상 워크아웃을 통한 기업 회생의 핵심 요소다. 이번에도 이 문제가 큰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위기 봉착 기업에서 봐온 일이다.

원론적으로 주주는 권리도 의무도 법에 정해진 만큼 유한한 게 주식회사 제도다. 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대주주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특히 부실 경영으로 금융회사 빚을 갚지 못한 채 추가 지원을 받겠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법 이전에 상식과 합리성의 문제다. 더구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기존 여신의 만기 연장 및 신규 자금 지원, 우대금리 적용, 출자전환 같은 특혜가 따른다. 채권단 자금에는 혈세로 운영하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돈도 포함돼 있다.

워크아웃 취지는 살릴 만한 기업은 살려내 해당 기업에 재기 기회를 주고 국민 경제에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볼모 삼아 대주주가 해야 할 몫을 피한다면 명백한 도덕적 해이다. 알려진 대로 태영의 오너 경영진이 부실 규모가 큰 태영건설은 버리더라도 SBS를 가진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는 지키겠다고 끝까지 고집하면 대주주의 책무와 도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2400억원이 상거래채권 결제 대신 티와이홀딩스 채무보증 해소에 쓰였다는 것은 워크아웃 신청 때 약속과 다르다. 이 밖에도 채권단 의구심을 키우는 일이 없지 않다.

주력 기업을 살리겠다며 구순의 태영그룹 창업자가 경영에 복귀한 마당이다. 사재 출연 등 초(超)고강도 자구안 없이는 그룹의 모태 기업을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채권단에 쫓겨서 하는 구조조정보다 스스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부실기업 대주주라면 법적 책무를 따지기 전에 상식·보편·관행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