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하면서, 신당 창당 등으로 분열을 앞뒀던 야권의 '재편 시계'가 멈춰 서게 됐다. 이낙연 전 대표가 준비하는 신당 창당 일정도 최소한 이달 말께로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계획한 이낙연 전 대표는 보폭 조절에 나섰다. 이 대표가 부산 현장 방문에서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은 후 수술 후 회복하는 상황에서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일 "국민께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승리해서 국민께 새로운 희망을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 습격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곧장 "이 대표의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이 대표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께서 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대표 습격 사건으로 창당 일정을 미루게 된 이 전 대표는 늦으면 2월 말께 신당 창당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4·10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기준으로 역순 하면 2월 말까진 창당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비주류 혁신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결단'의 시기를 미루게 됐다.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요구하던 이들은 당초 이날 이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전할 계획이었으나, 기자회견 일정을 우선 보류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피습을 계기로 '야권 분열'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정치쇼'에 나와 "이 사건 때문에 이낙연 전 대표가 갑자기 생각을 바꾸리라고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어쨌든 민주당과 평생을 함께해 온 이낙연 대표가 당을 떠난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이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과연 정치가 무엇인지, 상대를 제거해야 하는 것이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 역시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이런 분열이 되거나 탈당하거나 하려는 분들께서 그런 부분을 다시 봉합할 수 있는 계기를 우리 민주당 스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JTBC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정치판이 흔들릴 수 있는 커다란 변곡점"이라며 "이낙연 신당 바람은 이미 잦아들 수밖에 없고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