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엔 많은 것들이 바뀐다.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다문화 국가'에 진입하는지 여부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약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9%에 달했다. 2021년 3.8%, 2022년 4.4%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불법체류 외국인(약 40만명 추정)을 더하면 실제 외국인 비중은 이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가면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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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인디아더존스>는 이처럼 글로벌 시대에 피해 갈 수 없는 '다양성'에 관한 여러 분야 석학의 고찰을 엮은 책이다. 티앤씨재단이 만든 아포브 콘퍼런스에서 오고 간 내용을 활자로 옮겼다.

집필에는 분야별 연구자 6명이 참여했다.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등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패러디한 책 제목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 '다른 곳에서(In the Other Zones)'라는 뜻도 있지만,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공간에 뚝 떨어져 역경을 헤쳐가는 캐릭터 '존스'(해리슨 포드 분)를 떠올리게 한다.
<인디아더존스>(염윤옥 외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인디아더존스>(염윤옥 외 지음, 사람과나무사이)
피부색에 따른 공공연한 차별이 없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불과 110여년 전 미국 뉴욕주 브롱크스 동물원에는 콩고인 남성 '오타 벵가'가 원숭이 옆에 나란히 전시됐다. 1950년에 이르러서야 유네스코(UNESCO)는 "호모 사피엔스는 단일종이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선언했다.

한국인도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의 피해자이며 희생자였다.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과 멕시코 에네켄 농장에서 그랬다. 1992년 LA 폭동 사건에서도, 얼마 전 코로나19로 아시아인 혐오가 확산했을 때도 많은 한국인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언제까지나 과거의 피해 사실만을 안고 살아갈 순 없다. 우리의 현주소가 중요하다. 책은 여러 사례를 들며 우리 공동체에 따끔한 지적을 건넨다. 책은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단일민족 신화가 잔존하며 다양성보다 동질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남아 있다"며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공론화되지 못한 채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다양성이 앞으로 한국이 마주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문제, 다양한 문화적 선호를 보이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와의 갈등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인종·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