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예금보험공사 제공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예금보험공사 제공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2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최적의 위기대응 체계를 갖추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금융환경이 올해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지적 분쟁 및 공급망 불안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언제 해소될지 쉽게 예측할 수 없으며, 가계부채의 규모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건전성 우려는 우리 금융시장에 여전한 부담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위기대응 체계를 갖추기 위해 예보가 추진해야 할 첫 번재 과제로 지난해 입법이 무산된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꼽았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기로 인해 정상적인 금융사까지 자금난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예보가 예보기금을 금융사의 채무 지금보증 등에 투입해 유동성 경색을 풀 수 있도록 하는 선제적 자금지원 제도다.

유 사장은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위한 법제화와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는 정리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징후 포착부터 비상 홍보체계 발동, 부실 정리, 자금 조달 및 부실책임 추궁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절차에 걸쳐 꼼꼼하게 위기대응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금융계약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의 역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며 "예금보호 한도 조정 논의가 지행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실질적인 보호 한도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별도로 보호해야 할 예금상품이 더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예보 기금의 부실대응 능력 유지를 위해 현재의 예금보험료율 체계가 일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2003년 불어닥친 태풍 매미에 대한 울산시의 대응을 사례로 들며 위기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사장은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 울산 북구청의 손성익 계장은 태풍 정보의 사전 검토를 통해 울산 강동 해안이 물에 잠길 것을 예측하고, 망설이던 선주들과 어민들을 적극 설득해 선박들을 대피시킴으로서 단 한 척의 어선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며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 현명함과 치밀함, 위기가 닥쳤을 때 관련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기민하게 행동으로 옮긴 과단성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상호연계성 확대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