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 월 100만원씩 주는 ‘부모급여’를 비롯한 현금성 지원 정책 전반에 대한 재설계에 나선다. 육아휴직급여 인상, ‘6+6 육아휴직제’ 등 현금성 지원책이 출산 초기에 쏠리면서 예산이 중복 지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위 상임위원은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재정운용 심포지엄’ 발표자료를 통해 “육아휴직급여가 인상되고 6+6 특례제도가 활성화되면 필요 비용 이상으로 지급되는 생애초기 현금 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출산고령위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선 부모급여를 포함한 저출산 관련 현금성 지원 정책 간의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모급여는 만 0세 아동이 있는 가구에 매달 100만원, 만 1세 아동이 있는 가구엔 매달 5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자녀가 생후 18개월 이전일 때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첫 6개월 동안 부부 합산 최대 3900만원의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6+6 육아휴직제를 시행한다. 저출산고령위는 여기에 더해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현재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높이는 안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되면 아동 연령이 높아질수록 양육비용이 더 커지는 현실과 달리 정부 지원은 출산 직후인 0~1세 시점에 지나치게 집중된다는 것이 저출산고령위의 판단이다.

부모급여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이유는 ‘효과성’ 때문이다. 저고위 연구 결과 부모급여 등 현금성 지원은 연 1000만원을 넘어서면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반면 육아휴직급여는 월 10만원이 오를 때마다 재출산율은 0.4%포인트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부모급여는 줄이는 대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지금은 만 0~7세 자녀에게 매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17세까지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저고위는 소득이 낮을수록 현금성 지원이 늘어나는 기존의 정책 체계에 대한 개편도 예고했다. 저고위에 따르면 출산지원금 지급 등 현금성 지원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저소득층보단 중상위 계층에서 더 높다. 소득이 낮을수록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보통의 복지 정책 공식이 출산율 제고엔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