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재정 지원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 미리 경제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9년 김대중 정부 때였다. 무분별한 대형 사업 추진에 따른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제도 도입 후 지난해까지 975개 사업(약 477조원)에 시행한 예타가 절감한 재정은 350개 사업, 184조원에 달한다. 내년 정부 예산(638조원)의 3분의 1 가까운 규모다. 예타를 ‘재정의 문지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구~광주 간 달빛철도건설 사업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경제성이 떨어지는데도 예타 면제를 밀어붙인 사례는 부지기수다. 예타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보루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다. 그런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그제 “기재부가 (예타를)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제도 개편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민주당이 예타 개편을 들고나온 것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달빛철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신속 예타라도 거쳐야 한다”며 예타 면제에 반대하는 기재부의 벽에 막힌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홍 원내대표는 “경제사업과 비경제사업의 예타 운영이 달라야 하고, 수도권·비수도권의 적용 기준이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치적 비난일 뿐이다.

그리고 경제사업과 비경제사업은 지금도 경제성 외에 지역 균형발전, 정책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개정된 기재부의 예타 운용 지침을 보면 건설사업의 경우 비수도권은 경제성 30~45%, 정책성 25~40%, 지역 균형발전 30~40%의 평가 가중치를 주도록 하고 있다. 경제성 비중이 60~70%, 정책성이 30~40%인 수도권 사업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런데도 예타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거나, 경제성 비중을 턱없이 줄여버리면 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 그 결과 부실해진 재정은 미래세대의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