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학년도 수리탐구Ⅱ 선택과목 도입 후 줄곧 '유불리 논란' 불거져
2022학년도부터는 '문과 침공' 심해져…대학선 '전공 부적응' 후폭풍
[2028대입] 30년간 극복못한 '과목별 유불리'에 선택과목 다 없앤다
교육부는 27일 확정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공통과목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선택과목을 둘러싼 '유불리 논란'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 달라진다는 것은 수능의 공정성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그동안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으로 공정성이 중요 키워드가 된 시점이어서, 이러한 논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이 어느 때보다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2028대입] 30년간 극복못한 '과목별 유불리'에 선택과목 다 없앤다
◇ "과목별 유불리, 현실적으로 해결 어려워"
1999학년도 수능 수리탐구Ⅱ영역(현 사회·과학탐구)에 선택과목이 도입되고 표준점수가 사용되면서 '과목별 유불리' 논란은 줄곧 이어져 왔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원점수 최고점자, 통상 '만점자'가 받는 표준점수는 높아진다.

표준점수는 문항의 난도는 물론, 응시집단의 특성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바뀔 수 있다.

A선택과목 문제를 다 맞아도 B선택과목에서 1∼2문제를 틀린 응시자보다 낮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금껏 수능 당일 출제기조 브리핑 등에서 과목 간 유불리 현상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혀 왔다.

문제는 2022학년도 수능이 '문·이과 통합형'으로 바뀌고, 주요 영역인 국어와 수학에도 선택과목 체제가 도입되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현행 수능에서 국어영역은 독서·문학을 공통으로 하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시험을 본다.

수학영역은 수학Ⅰ과 수학Ⅱ가 공통과목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한 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른다.

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최고점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입시업계에서는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이 다른 선택과목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은 것으로 본다.

특히 올해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의 경우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148점)이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이나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수험생들은 진로·적성을 고려해 과목을 택하기보다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리고 있다.

2022학년도 수학영역에서 39.7%였던 '미적분' 응시자 비율은 지난달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에서 51.0%까지 높아졌다.

국어영역도 비슷한 양상이다.

2022학년도 국어영역에서 30.0%에 불과했던 '언어와 매체' 응시자는 이번 수능에서 40.2%로 늘어났다.

이규민 전(前)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2023학년도 수능 브리핑에서 "이 문제(선택과목별 유불리 현상)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실상 선택과목 간 점수 차를 없애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028대입] 30년간 극복못한 '과목별 유불리'에 선택과목 다 없앤다
◇ 수험생은 '문과 침공' 아우성…대학선 '교차지원→전공 부적응' 후폭풍
이처럼 문·이과를 통합한 수능에서 특정 선택과목의 표준점수가 다른 선택과목보다 높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통상 수학에서 '미적분', 탐구영역에서 '과학탐구'를 선택한 수험생을 자연계열(이과) 진학 희망자로 본다.

그런데 '미적분' 등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자연계열이 아닌 인문사회계열(문과)에 대거 교차지원해 합격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2023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의 경우 인문사회과학계열 학과에 최초 합격한 386명 가운데 무려 213명(55.2%)이 이과생이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첫해인 2022학년도(40.7%)보다 14.5%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일부 대학의 경우 과도한 '문과 침공'을 막기 위해 대학 자체 기준을 정하고 수능 점수를 변환해 적용하고 있지만, 문·이과 통합형 수능 후 교차지원은 늘어나는 추세다.

입시가 끝나도 이러한 문과 침공의 후폭풍은 대학가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

진로나 적성이 아니라 대학의 '브랜드'를 보고 교차지원을 했다가 전공수업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중도 탈락이 늘어나는 것이 최근 대학의 고민거리가 됐다.

최근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연간 중도 탈락자 수는 2018학년도 1천339명(재학생의 1.8%)에서 2022학년도 2천131명(2.8%)으로 늘었다.

지난해 중도탈락자는 5년 내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인문계열의 중도탈락자가 2021학년도에 비해 늘어난 반면, 자연계열은 줄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서울지역 주요대학의) 입학·기획업무를 하는 교수님들을 만나보면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점수에 학교를 맞추고 전공을 바꾸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생각인데, 이런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러한 '선택 유불리', '문과 침공', '전공 부적응' 등 선택과목 체제로 인한 끊임없는 논란이 교육당국으로 하여금 공통과목 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게 한 배경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