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무제 준수 여부를 따질 때 하루가 아니라 한 주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루 8시간 근로 초과분을 각각 더하는 것이 아니라 1주일 근무시간을 모두 합한 뒤 40시간 초과분을 계산하는 방식이 맞다는 판결이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지나치게 경직된 해석을 바로잡고, 근로시간 유연화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대표 이모씨는 근로자 A씨에게 사흘 연속 근무 후 하루 휴무를 주는 ‘집중근무’ 방식으로 일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1·2심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초과 근로시간을 하루 단위가 아니라 주간 단위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주 단위로 52시간만 지킨다면 일을 몰아서 하는 집중 근로 형태가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게임 개발업체나 스타트업 등 야간 근로가 필요한 기업과 연구소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들은 그간 경직된 주 52시간제 탓에 제품 납기는 물론 신기술·신제품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해소하고자 월·분기 단위 등의 연장근로 구상을 내놨지만 ‘주 69시간 근무제’라는 그릇된 프레임이 씌워지며 개혁 동력을 잃었다.

주 52시간제의 탄력 적용이 가능해졌지만 애초에 대법원까지 가야 할 사안이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줄어들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시급한 때다. 윤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반영한 근로시간 혁신안을 기반으로 보다 넓은 차원의 근로시간 유연제를 신속하게 입법화함으로써 기업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가 “노동 장기화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대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재택근무, 출퇴근 유연화 등으로 근무방식이 다양해졌고 고도의 협업과 네트워킹을 요구하는 해외 첨단산업에선 집중 근로와 휴식 병행이 일상화하는 상황이다. 근로자에게 원하지 않는 밤샘 근무를 강요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노동계는 자신들의 소득과 근로복지를 위해서라도 집중 근로와 집중 휴식제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