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합동감식…301호 내부서 시작된 불 빠르게 위로 번져
준공당시 소방법 따라 스프링클러도 16층 이상에만 설치
숨진 박씨 가족, 다른 동에 거주하다 6개월 전 이사
도봉구 아파트 화재…열린 방화문·필로티 구조 등이 피해 키워(종합)
성탄절 새벽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감식이 26일 이뤄졌다.

경찰·소방 당국·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20분께까지 총 21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학동 아파트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했다.

경찰 등은 이 아파트 301호 작은 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에 앞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

감식 결과를 토대로 명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되 필요할 경우 추가 감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화재경보기 작동 등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방화문이 모두 열려있었다는 점, 아파트 1층이 필로티 구조로 외부 공기가 원활하게 유입됐다는 점, 2001년 준공 당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는 점 등을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필로티는 1층을 벽면 없이 하중을 견디는 기둥으로만 설치하는 개방형 구조를 뜻한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 57분께 방학동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차량 60대와 인력 312명을 동원해 신고 약 4시간 만인 오전 8시 40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 불로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301호는 전소됐고 401·501호는 발코니 등이 일부 소실됐다.

소방 당국은 재산 피해 규모를 1억980만원 상당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봉구청에 따르면 이재민은 8세대·23명으로, 이들은 아파트 인근 모텔 3곳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도봉구 아파트 화재…열린 방화문·필로티 구조 등이 피해 키워(종합)
숨진 채 발견된 4층 거주민 박모(33)씨는 3층에서 난 불이 빠르게 위층으로 번지자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2세 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박씨의 뒤를 따라 뛰어내린 아내 정모(34)씨와 아이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으나 머리를 크게 다친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끝내 숨졌다.

애초 목격자 증언 등에 따라 정씨가 먼저 뛰어내리고 남편 박씨가 아기와 함께 마지막에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이후 아내 정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씨가 나중에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박씨 가족은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다 6개월 전 더 넓은 평수를 지닌 이곳에 전세를 얻어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임모(38)씨는 10층 거주자로, 화재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모님,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키고 가장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와 불을 피하려 했으나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박씨와 임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각을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전 9시께 시신을 부검했다.

1차 소견에 따르면 박씨는 '여러 둔력에 의한 손상', 임씨는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로 사인이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에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조직·독극물 검사 등을 한 뒤 최종 사인을 결론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도봉경찰서 강력1팀 등 3개 팀을 투입해 현장 감식·관련자 조사 등 집중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도봉구 아파트 화재…열린 방화문·필로티 구조 등이 피해 키워(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