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돌아온 바이오의 시간…실적이냐? 꿈이냐?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증권가선 글로벌 신약 트렌드 수혜 기대되는 대형주 추천
주가 상승탄력은 중소형주가 더 커…“저가매수 관점 접근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약·바이오주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하락 덕이다. 금리가 꺾여 헬스케어섹터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이익 기반이 갖춰진 대형주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최근에는 주가 탄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중소형주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만·치매 치료제 테마 뜨자…CMO 기대되는 삼바·한미약품 주목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건강지수는 3000.64에 지난 22일 마감됐다. 3거래일 연속 52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앞선 고점인 지난 4월13일의 2939.23을 8개월여만에 돌파했다.

반등의 계기는 금리 하락이었다. 고금리는 지난 2년여 동안 헬스케어 섹터의 주가를 찍어누른 주범이었다.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헬스케어 종목들은 금리가 상승하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수익에 큰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기에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11월에 들어선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가파른 내리막을 타면서 헬스케어 섹터의 성장 기대감에 높은 가격이 매겨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전까지는 비만치료제 테마가 글로벌 헬스케어 섹터를 주도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머스크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투약하고 효과를 봤다는 후기를 남기면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불티나듯 팔려나갔다. 한국 증시에서는 비만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데다, 생산설비까지 갖춰 위탁생산(CMO) 수주도 기대되는 한미약품의 주가가 크게 들썩거렸다. 이 종목의 주가는 11월에 들어선 이후 이달 22일까지 17.02% 상승했다. 키움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이 내년 전망을 통해 한미약품을 톱픽으로 꼽았다.

비만 치료제 다음 테마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대기하고 있다. 올해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함께 개발한 레카네맙이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아낸 데 이어, 내년 1분기에는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의 승인 여부도 결정될 예정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치매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가 유력한 삼성바이로직스가 주목됐다. 이 종목을 내년 톱픽으로 꼽은 증권사는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 등이다.

“저가매수 관점으로 바이오텍 중심 중소형주에 관심 가져야”

다만 주가의 상승 탄력은 중소형주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10월말 이후 주가가 20% 이상 상승한 KRX건강지수 편입종목 26개 중 19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2조원 미만이다.

주가 상승률 상위 5개 종목은 모두 신약 개발 기대감이 주가를 좌우하는 바이오텍들이다.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종목은 툴젠이다. 두달 동안의 상승률이 95.94%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4965억원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전자편집 치료제가 승인된 모멘텀이 크게 작용했다. 시가총액은 크지만, 신약 개발 모멘텀이 주가흐름을 좌우하는 HLB의 상승률도 72.54%다. 상승률 4위 에이비엘바이오와 5위 보로노이의 시가총액은 각각 1조1135억원과 8438억원에 그친다.

헬스케어 섹터 전체적으로 봐도 중소형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위험선호(Risk-on)의 구간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지수 반등과 함께 포착되고 있는 유의미한 현상은 ‘중소형주들에 대한 저가매수(Bottom-fishing)’”라며 “코스닥 건강관리 업종 내 저점 대비 50% 이상 상승한 종목의 비율은 연초 12.9%에서 현재 27%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다른 업종 대비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헬스케어섹터에 매수세가 집중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개별 종목 단에서도 낙폭이 컸던 개별 종목에 대한 저가매수로 큰 보상을 노리는 현상으로 해석됐다.

이 연구원은 “4분기 실적시즌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실적주 중심의 대형주보다는 바이오텍 중심의 중소형주들의 반등이 클 전망”이라며 “내년 반등을 위한 모멘텀을 보유했거나, 저가매수 관점에서 매력도가 높은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