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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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글을 자신이 쓴 글인 것처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행위로 원저작자의 사회적 평판 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함으로써 저작자인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피해자 B씨는 기계항공공학 박사로서 다양한 주제에 관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과 저널에 게재했다. A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47회에 걸쳐 페이스북과 저널에 올려진 B씨의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B씨의 글에 내용을 더하거나 구성을 변경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무단 복제와 저작자 허위표시, 저작인격권 침해 등 3개 행위로 저작권법을 어겼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1호는 저작인격권을 침해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무단 복제와 저작자 허위표시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저작인격권 침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저작인격권 침해 부분도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 상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 성립에 대한 판단을 처음 내놓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저작인격권 침해로 인한 저작권법 위반죄 성립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위험이 있는지를 객관적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