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직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지명자는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하던 지난 13일부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우면서 대중적 인지도도 높은 인물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5일 의원총회를 거치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더욱 힘이 실렸다. 친윤(친윤석열)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천거하며 윤 대통령의 의중도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 직후 한 지명자는 기자들과 만나 “막연한 자신감보다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구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왜 한동훈인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 지명자가 일찌감치 낙점된 데는 여권 내에서 독보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갖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한국갤럽이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치인 선호도 조사에서 한 장관은 16%의 지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9%)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홍준표 대구시장(4%),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2%) 등 여권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수도권 인사로 중도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서울 시내에서 초·중·고를 나온 한 지명자는 지역색이 없고,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다. “영남 인사 일색”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기현 지도부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총선을 앞두고 당을 보다 큰 폭으로 쇄신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현역 의원들의 도움을 받았던 김 전 대표와 달리 한 지명자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6일 임명 다음날부터 과제 산적

비대위원장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 한 지명자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에 대해서는 멀리 있었지만, 공공선의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 지명자가 이 같은 강점을 현실 정치에서도 긍정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오는 26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에 오르는 한 지명자는 당장 다음날부터 갖가지 도전에 직면한다.

첫 번째 도전은 27일로 예고된 이 전 대표의 탈당이다. 신당 창당을 공언하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돌려세우지 못하면 한 지명자의 중도 확장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주말에 한 지명자가 이 전 대표 등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8일에는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강행 처리에 나선다. 야당이 절대다수를 점한 만큼 처리 저지는 불가능한 가운데 한 지명자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지나치게 강경한 발언을 내놓을 경우 여야 관계는 물론 대통령실에 종속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15일 의총에서 최재형, 김웅 등 비윤계 의원들은 “수직적인 대통령실·여당 관계가 지지율 하락의 이유”라며 한 지명자의 비대위원장 취임을 반대한 바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에는 공천과 관련된 당내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자칫 당내 갈등에 빠져들 경우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소모되며 유력 대선 주자로서 입지까지 흔들릴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