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韓검찰총장 초청한 까닭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떠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1년3개월 만의 첫 해외 출장이다. 반부패 수사 기능을 강화하려는 사우디 측의 지속적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총장은 23일부터 27일까지 2박5일 일정으로 사우디를 방문한다.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홍용화 대검찰청 국제협력담당관 등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이번 출장에서 사우디의 반부패 수사기관인 ‘나자하’ 관계자들과 만나 대검찰청과 반부패수사 협력을 강화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다. 사우디 최대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기업도 만날 예정이다.

대검 관계자는 “나자하와의 반부패수사 노하우 및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 기업의 법률적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시간도 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이 사우디와의 부산엑스포 경쟁에서 패한 후 방문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주요 인사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번 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한 2019년 10월 셰이크 사우드 알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이 한국을 찾았을 때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모젭 총장은 당시 한국 검찰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류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았는데, 이때 반부패 수사기관 운영에 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만남이 사우디 정부가 정식으로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초청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총장은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원과장·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 대검찰청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낸 검찰의 대표 ‘특수통’이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 정운호 게이트,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등을 수사했다.

지난해 5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임명된 후 3개월간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다가 그해 9월 총장으로 임명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