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가 총선을 3개월여 남겨둔 21대 국회 막바지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상임위원회에서 지역의사제, 공공의대법,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기습 처리했다. 심지어 일부 법안은 소위원회 통과 절차도 건너뛰고 전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당의 거센 반발에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공공의대법은 국가가 공공의대를 설립해 의료 취약지 등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공보건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담았다. 전북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성주 민주당 의원 등이 전북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하자며 발의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북 지역을 찾아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로 선발해 일정 기간 비수도권 등 의료 취약지에서 의무 복무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국가가 의대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졸업한 뒤 10년간 취약지에서 복무하면 의사 면허를 발급하는 규정 등을 담았다. 전남 목포에 지역구를 두고 ‘목포의대’ 설립을 주장하는 김원이 의원 등이 발의했다.

이들 법은 정상적인 여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공의대법은 전날 복지위 2소위에서 ‘계속 심사’로 결론 났지만, 이날 민주당은 소위 통과도 안 한 법안을 전체회의에 기습 상정해 가결했다. 지역의사제 법안도 지난 18일 1소위에서 여당 의원들이 추가 논의를 요구했지만,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지역의사제법은 새로 만들어진 제정법임에도 공청회 한 번 없이 상임위에서 처리됐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대체 법안도 강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소위에 불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각종 쟁점 법안을 연말에 급하게 처리하고 나선 것은 총선에서 지역구 표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의사단체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의료계 반발이 큰 법안이 잇따라 처리돼 협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여당 복지위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쟁점을)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데 야당이 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지연/원종환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