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온라인 쇼핑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한 뒤 입점 업체의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 자사 우대 등 부당행위를 금지하고 각종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것인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외형이나 점유율을 잣대로 기업을 선별해 옥죄겠다는 발상부터 위험하다. 플랫폼 기업의 각종 반칙 행위는 공정거래법을 통해 충분히 제재가 가능하다.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미명을 앞세워 대기업을 때리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규제당국이 현실 감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지금 알리바바, 테무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무차별 공습 때문에 국내 플랫폼 전체가 고사할 판이다.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설치한 앱이 테무다. 전 세계 쇼핑 플랫폼 시장은 이런 중국 플랫폼들과 아마존, 큐텐 등 각국 대표 플랫폼 간의 전쟁이 한창이다. 유럽연합(EU) 등이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도 이런 전쟁 통에서 자국 내 플랫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런 와중에 우리만 토종 플랫폼의 손발을 묶겠다니 어느 나라 규제당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을 절대 악으로 규정하고, 입점 업체와 경쟁 사업자를 약자로 보는 편협한 시각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혁신 기회를 놓쳤나. 정치권은 승차 공유와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가로막고 법률 플랫폼을 찍어눌렀다. 이제는 부동산 플랫폼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이용 편의성을 높일 기회를 놓쳤고 해당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은 경쟁국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다.

플랫폼의 순기능은 적지 않다. 변변한 마케팅 수단조차 없어 고전하는 국내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에게 판로를 개척해주고, 글로벌 시장에까지 진출시킨 사례가 숱하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국내 웹툰 플랫폼 덕분에 K웹툰까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플랫폼 규제 법안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줘야 우리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이 세계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