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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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그 이유를 단순하게 말하자면 플라스틱이 주는 당장의 편익은 너무 크고, 플라스틱을 줄일 때 얻는 보상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모두가 더 열심히 재활용에 동참하면 재활용률이 대폭 늘어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를 움직일 경제적 동인이 빈약하고 혁신 재활용 기술들이 스케일업의 문턱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리가 열성적으로 재활용한 플라스틱은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지도, 되살아나지도 못한다.

플라스틱 쓰레기, 제대로 썩히거나 무한 재활용이 최선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원활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 플라스틱의 종류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여러 소재가 섞인 제품이 많은 데다, 오염률도 높다. 둘째, 균질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모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 재활용 기술력의 한계로 다운사이클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새 플라스틱이 너무나 저렴하다.

지지부진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방법 3단계를 다시 가설화 해본다. 1단계, 절대적인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하다면 재활용이 용이한 방식으로 만들고, 이것을 소비한다. 2단계, 수거와 분류 시스템을 선진화해 널리 확산하고, 이를 위한 분리수거 원칙을 모두가 지킨다. 3단계, 플라스틱을 무한히 재활용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완전히 분해해서 자연으로 되돌릴 기술을 빠르게 스케일업하고 보급한다.

각 단계가 순차적이지 않아도 된다. 임팩트 투자자로서 3단계가 먼저 되면 1단계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유수의 스타트업들과 머리를 맞대 왔다. 그 과정에서 얻은 중요한 배움을 정리해 본다.

가장 이상적인 플라스틱 재활용은 어떤 모습일까? 플라스틱이 최초에 만들어진 목적 그대로 다시 쓰이는 것이다. 물병은 물병으로, 옷은 옷으로, 가방은 가방으로. 이런 접근이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는 재활용’과 ‘비용 최소화’를 이루는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러려면 플라스틱의 원재료로 완벽히 분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기업인 서크는 폴리에스테르와 면의 혼방 섬유를 각각의 원료로 분리해서 완전히 재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의류를 의류로 재활용하는(textile-to-textile) 흔치 않은 사례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90% 이상은 소각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땅에 매립되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최근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다. 요즘 비닐봉지로 흔히 볼 수 있는 PLA(폴리락트산) 등의 천연물 기반 소재부터 의료용 재료로 많이 쓰이는 PCL(폴리 카프로 락톤), PGA(폴리 글리콜산) 등도 원료는 석유계나 가수분해 또는 촉매 분해가 가능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범주 안에 놓인다.

그런데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모두 자연 상태에서 빠르게 분해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대량의 처리 시설에서 특정한 과정을 거쳐 ‘퇴비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실제 자연 상태에 놓이면 분해까지 수년의 기간이 걸리기도 하고, 그마저도 높은 온도나 습도와 같은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

영국 런던에 기반한 인트로픽 머티리얼은 이러한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효소(enzyme) 물질을 추가해 분해력을 대폭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제조 공정을 바꾸지 않고도 플라스틱이 펠릿이나 파우더처럼 소재 단계일 때 첨가제 형태로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재활용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물성과 분해성이 모두 뛰어난 플라스틱 대체 소재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큰 이유는 스케일업의 문턱을 넘기가 매우 험난한 탓이다.

대규모 설비 시설이 필연적인 분야에서는 초기부터 매우 큰 단위의 자본지출이 일어난다. 대출받으려고 해도 매출 전망이 가시화되거나 그에 준하는 보증을 해야 하는데 초기 기업이 이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어렵게 투자받아 어느 정도까지는 스케일업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시장의 형태와 관행상 채택되기 어려운 방식이라면 오랜 기간 시장 진입에 애를 먹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초기부터 큰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스케일업의 돌파구를 찾는 스타트업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스위스의 스포츠 브랜드 온(On)이 여러 기후 테크 솔루션 기업과 협업해 지속가능한 소재의 운동화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스케일업 단계에서 기존 기업들과 선제적으로 손을 맞잡는 스타트업도 있지만, 모든 기술 분야가 이런 접근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럴 때 혁신 기술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은 때론 그 등장만으로 강력한 동인을 만든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9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패션산업의 기후 환경 대응을 새로운 성장을 위한 의제로 설정하고, 이를 촉구하는 협약인 더 패션 팩트(The Fashion Pact)를 제안했다.

기후 테크 영역의 스타트업들은 기술이 완벽하게 검증되기 전부터 큰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타트업 입장에서 초기부터 모든 자금을 지분 투자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 부담이다. 벤처캐피털(VC)도 기업 가치가 낮은 상황에서는 그만한 규모의 자금을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지분 희석을 일으키지 않는 다양한 형태와 목적의 자본이 늘어나면 스타트업에 매우 유용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에너지국(DOE)이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활성화된 것처럼 정부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초기 딥테크 기업에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도움이 된다.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