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박물관, 개관 10년 맞아 상설전시 개편…15일 전시실 공개
전남 서남부 일대 문화·생활상 한눈에…금동 신발, 3D 활용해 복원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흙으로 만든 단단한 항아리 형태의 관, 독널 위로 흰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른다.

흩어지는 듯했던 연기는 하나의 몸짓으로 변한다.

30m 길이의 대형 벽면에 펼쳐진 영상에는 무용수가 생각하는 생(生)과 사(死),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영산강 유역에 남은 독특한 장례 문화, 독널에 바치는 이야기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나주 복암리 고분에서 나온 크고 작은 독널, 무게가 300㎏가 넘는 영암 태간리 출토 독널 등 총 36기의 독널이 그 아래 조용히 존재를 드러내며 영원한 안식을 꿈꾼다.

영산강 유역의 고대 문화를 다루는 국립나주박물관이 새 단장을 마치고 15일 공개된다.

지난 2013년 박물관을 개관한 이래 약 10년 만의 큰 변화다.

14일 찾은 상설전시실은 기존 모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기존에는 영산강 유역의 문화를 '역사의 여명', '삼한의 중심, 마한' 등 크게 4개 주제로 나눠 설명했지만, 이번에는 '고분문화실'과 '역사문화실' 등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영산강 유역 문화의 특징인 독널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른 시기에 주로 쓴 것으로 보이는 작은 크기부터 입구와 몸통이 구분 없이 연결되는 독널, 길이가 70∼150㎝인 독 2∼3개를 연결한 독널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조용환 학예연구사는 "독널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크기가 큰 독널은 영산강 유역에서만 발견된다"며 "5∼6세기에 대형 독널은 전성기를 이뤘으리라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전시실에서는 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국보 '나주 신촌리 금동관'도 만날 수 있다.

나주 반남면 신촌리 9호 무덤에서 발견된 이 금동관은 기본적인 형태는 신라 금관과 같으나 머리띠에 꽂은 장식은 신라와 달리 풀꽃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기존에는 금동관과 그 안에 쓰는 내관 모자만 따로 전시했으나, 전시를 개편하면서 금동관이 발견된 9호 무덤의 독널 을관(乙棺)과 함께 발견된 껴묻거리(부장품)도 같이 놓았다.

금동신발의 경우,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부식되거나 파손된 부위를 복원했다.

금속 유물과 3D 기술을 합친 사례는 국립박물관을 통틀어 처음일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전시에서는 영산강 유역 고대 고분에서 찾은 다양한 부장품도 볼 수 있다.

토기, 철기, 구슬, 갑옷 등 주제별로 주요 유물과 쓰임새도 살펴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고분문화실에 이어지는 역사문화실은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 공간이다.

밝은 배경의 전시실에서는 구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남 서남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림살이, 해양 교류, 신앙 등 다양한 문화와 사회상으로 풀어낸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완도 여서도 조개무지에서 나온 뼈 장신구, 자갈돌 표면을 둥글게 다듬어 마치 야구공처럼 보이는 여러 면 석기, 각종 토기와 의례 용품 등을 모았다.

역사문화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물은 보물 '나주 서성문 안 석등'이다.

통일신라시대 8각형 석등의 양식을 이어받았으나 그 구조와 조각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물로, 받침에 새겨져 있는 기록을 통해 고려시대 때인 1093년에 석등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석등은 전시실 밖 로비에 있었으나, 앞으로는 별도 공간에서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에 전시를 개편하면서 안전한 전시 환경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썼다.

상설전시실 전체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동에 따른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진 시설을 설치하고 진열장도 보완했다.

누구든 박물관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점도 눈에 띈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전시실 바닥은 평평하게 설계해 휠체어 등이 이동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했고, 독널 조각이나 주요 유물의 복제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박물관은 "2013년 건립 이래로 지난 10년간 축적된 조사·연구 성과를 새로운 전시 기법으로 담아냈다"며 "관람객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영산강 유역서 돌아본 삶과 죽음…독널 위 펼쳐진 영원한 안식(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