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볼썽사나운 건설협회장 선거…추락한 위상 회복해야
“협회를 둘러싼 이권 다툼이 도를 넘었습니다. 브레이크가 필요한 때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오는 15일 대한건설협회 제29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상수 회장이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한 후보자의 폭로가 있었다. 김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에게 압력을 행사해 다른 지역 선거의 후보 등록을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선거에 개입할 이유도 없고, 그럴 힘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대한건설협회는 국내 1만2000여 개 회원사를 둔 건설업계 최대 법정 단체다. 회장이 16개 건설단체의 연합회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도 겸할 정도로 대표성을 갖고 있다. 자본금이 6조5000억원에 이르는 건설공제조합을 유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협회 운영과 관련한 잡음이 잇따르면서 건설업계의 대변자 역할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건설협회가 회장과 일부 임원의 사익을 추구하는 단체로 변질하면서 위상이 추락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올 정도다. 김 회장은 이번 선거 개입 의혹뿐 아니라 ‘셀프 임기 연장’ 구설에도 오른 적이 있다. 작년 말 임시총회에서 ‘4년 단임제’인 협회장 임기를 ‘3년 중임제’로 바꾸는 정관 변경을 추진하다가 회원사의 반발로 상정이 무산됐다.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 추천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공석이던 운영위원에 김 회장 본인 회사인 한림건설 대표를 단독 추천했기 때문이다.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의사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에 제 식구를 넣어 조합 경영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건설협회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불협화음이 심한 것도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업계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요즘 건설협회가 자리다툼에 몰두하는 건 볼썽사나운 일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값 인상, 공사비 갈등 등으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내년 상반기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가 본격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건설협회가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와 정책 협조를 해야 할 시기다. 회장은 1만2000여 곳의 회원사를 대변해 정부와 기업 간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협회 기능을 복구해야 한다.

회장이 특정 후보를 민다는 선거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진 가운데 도전장을 낸 윤현우 삼양건설 대표는 불공정 선거를 이유로 사퇴했다. 나기선 고덕종합건설 대표와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대표가 2파전을 치른다. 위기를 헤쳐 나갈 현명한 수장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