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비(非)아파트 공급 문제와 재건축 정비사업 공사비 갈등 문제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본업부터 신경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

최근 서울시 핵심 관계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3기 신도시 참여 추진’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는 의견을 내지 않고 있지만 SH공사가 연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대신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주무 지방자치단체에서조차 부정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SH공사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에 3기 신도시 사업 참여를 정식 요청했다. “LH가 신도시 개발에 손도 못 대고 있어서 자금력을 갖춘 SH공사가 나서겠다”(김헌동 SH공사 사장)는 것이다.

국토부는 행정안전부에 SH공사의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 관할 지역이 아닌 곳에서 사업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가 불확실해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도 아니다. 국토부 장관뿐 아니라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경기도의 동의가 필요하다. 3기 신도시는 이미 LH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참여 지분율과 사업구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동의도 필요하다.

때아닌 ‘3기 신도시 샅바 싸움’은 LH를 둘러싼 혁신안과 조직 개편 문제가 엎치고 덮친 데서 시작됐다. 부실시공에 따른 LH 내외부 문제로 “3기 신도시 적기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그 해결 주체가 SH공사가 돼야 한다는 데는 서울시민도, 경기도민도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내년 이후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역대급 공급난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면 올해 SH공사의 서울 내 신축 매입 약정 규모는 446가구(지난달 15일 기준)로, 목표치(1800가구)의 4분의 1에 그친다.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2020년 6700가구에서 지난해 850가구로 줄었다.

재개발·재건축 공사비 갈등 등 정비사업과 관련해서도 SH공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3월 SH공사에 공사비 검증 업무를 대행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SH공사는 아직 시범사업에도 나서지 못한 상황이다. 서울시 내 신탁 재건축 사업에서 잡음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SH공사 같은 공공시행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납득하기 어려운 SH의 3기 신도시 '끼어들기'


현행법은 지방공기업의 목적을 ‘지방자치의 발전과 주민 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시비로 운영되는 SH공사의 우선순위도 명확하다. 현안이 산적한 SH공사가 LH의 부담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