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연내 마련할 약 2조원의 상생금융 지원 대상과 금액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말 기준 연 5%를 초과하는 금리로 사업자대출을 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지원 대상이 좁혀졌다. 이들이 내년에 성실하게 이자를 내면 은행이 캐시백으로 최대 1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대상이 되는 대출액은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캐시백은 분기별로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자로 낸 금액 중 많으면 월 12만5000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상생금융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민이 은행 종노릇’ ‘갑질’ 등의 발언으로 은행권을 질책한 이후 급속도로 논의가 진척됐다. 이후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김주현 금융위원장), “은행들이 반도체 기업만큼 혁신한 게 있나”(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같은 압박이 가해졌다. 은행권에선 당초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신규 대출 금리 인하 등과 같은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지난달 8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소집해 “서민 이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 달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현금 지급으로 해법이 정해졌다.

일방적으로 고금리 혜택을 누린 은행들이 적정 수준의 상생 프로그램을 내놓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그 일부를 토해내도록 하는 이런 방식의 관치는 필연적으로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을 부르기 마련이다. 당초 거론된 취약계층이나 서민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뿐 아니라 노인층, 청년층,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수없이 많다. 어려운 형편에도 성실하게 이자를 갚아온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밖에 없다.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금리를 감면하는 것도 문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에 여유 있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은행 이자 갚기에도 빠듯할 정도로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을 선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시행 시점에 목매지 말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