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첫 번째 장관급 공급망 점검회의를 연다.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 등을 계기로 공급망 관련 대응 수위를 높인 것이다.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가 열린다고 10일 발표했다. 회의에는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일정상 장관 참석이 어려운 국토교통부, 환경부, 국무조정실에선 차관이 대참한다. 김윤상 조달청장과 고광효 관세청장도 참석한다.이날 회의에선 공급망 리스크가 있는 품목의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요소수를 비롯해 인산암모늄, 흑연, 갈륨, 게르마늄 등이 점검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지도 논의할 전망이다.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기본법)’의 후속 조치 추진 계획도 공개한다. 이 법은 기재부 산하에 공급망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치해 공급망 안정화 기본 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공급망 위험을 미리 점검하는 게 핵심이다.한편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주유소를 방문해 요소수 재고와 판매 상황을 점검했다. 장 차관은 “전국 약 97%의 주유소에서 요소수가 정상 판매되고 있다”며 “범정부적으로 요소수 유통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품절 주유소에 신속히 요소수 재고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또 “원료인 요소는 국내 재고 및 중국 외 계약 물량으로 4.3개월분이 확보됐고 기존 계약된 베트남산 요소 5000t이 다음주 안으로 입항하는 등 예정대로 물량이 도입되고 있다”며 “국민들은 안심하시고 필요한 물량만 구매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정부는 지난 6일 3.7개월 사용분의 차량용 요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는데, 확보 물량이 0.6개월분 더 늘어난 것이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예산안도 강행 처리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 총선을 위한 선심성 예산과 지역상품권 등 ‘이재명표 예산’을 정부·여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을 대거 감액한 누더기 예산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해 살림살이인 예산안을 정부 동의 없이 야당이 단독 처리한 전례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예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편성권까지 침해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협상 안 되면 감액안 표결”이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예산안 협상이 잘 안 되면 정부안을 표결하고, 부결돼 준예산 정국에 진입하면 민주당이 무릎을 꿇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협상이 안 되면 감액만 한 수정안을 단독안으로 표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 (예산)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겠다는 것을 국회의장이 간곡히 만류해 겨우 오는 20일로 미뤘다”고 덧붙였다.내년 예산과 관련한 민주당안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원자력발전 관련 사업에서 각각 9000억원, 1814억원을 삭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 밖에 청년도전사업, 해외 연구개발 사업 등이 전액 혹은 대규모로 삭감됐다. 대신 에너지바우처 사업과 지역상품권 등 이 대표의 브랜드 예산을 대거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협상전략”법적으로 민주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정부 입장에서 막을 방법은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정부는 감액 예산안을 저지할 방법이 없고, 만약 통과된다면 기재부는 예산결산서 작성 등 추후 조치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실제로 이 대표가 단독 처리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강하다. 헌법 57조에 따라 국회는 예산안을 감액할 수는 있지만, 증액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부 반대에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 내년 예산은 증액 없이 정부가 당초 계획한 예산안에서 수조원이 삭감된 채 집행되게 된다.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경기가 어려운데 지나치게 긴축적”이라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단독 처리할 경우 정부안보다 더욱 줄어든 지출안을 통과시키는 셈이 된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이 필요한 소속 의원들도 반발할 수밖에 없다.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강한 발언이 나오는 건 협상 초반 분위기를 잡기 위한 카드”라며 “(예산안 처리까지) 아직 열흘 정도 시간이 남은 만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정부·여당은 야권이 요구하고 있는 각종 선심성 사업 대폭 증액엔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7일 “총지출 순증액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야당의 증액 요구는 감액된 사업의 규모 내에서만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독 예산안 처리에 대해선 “민생을 위해 바람직한지 야당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전범진/한재영 기자 forward@hankyung.com
기획재정부의 장기 숙원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발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료 민영화 논란이 있는 의료·보건 분야를 제외한 '절충안'을 제시하며 야당에 대한 설득에 나섰지만 국회 내에서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정부는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 전 마지막 예산안 편성을 둘러싼 여야 간 다툼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별검사(특검) 도입 등 정쟁 속에서 이미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온다.◆쟁정이던 보건·의료 뺐지만 논의無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달 23일 이후 서발법 등 경제 관련 법안을 논의할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경제재정소위는 지난 11월부터 43개 안건의 심의에 나섰다. 총 세 번의 소위를 통해 35개 안건을 처리했는데, 서발법 안건은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서발법은 의료, 관광, 콘텐츠 등 유망 서비스 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2011년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 등에서 서발법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지며 의료 공공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해 12년 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서발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엔 기재부 뿐 아니라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도 당론으로 추진했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당시 의료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국민건강증진법 등 소위 '보건·의료 4법'을 제외한 서발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 바 있다.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는 2021년 3월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서발법을 3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까지도 서비스 산업을 전반적, 종합적 관점에서 지원하기 위해 보건·의료 등 특정 분야를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의료·보건 분야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그간 민주당이 주장했던 안과 동일한 것으로 야당 입장에선 반대 명분이 아예 사라진 셈이다. 홍두선 기재부 차관보는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주요 법률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질 경우 정부는 수용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서발법은 또 다른 정부의 숙원 법안인 재정준칙과 함께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남아있는 쟁점 법안 3개씩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놨다. 여당은 서발법과 재정준칙을 비롯해 감사보고서를 내야 하는 보조금 사업자 대상을 확대하는 보조금관리에대한법률 개정안을 남겨놨다.야당은 친야 성향이 주류인 사회적 기업 등에 최대 연간 약 7조원(공공조달액 70조 원의 10%)의 재정을 몰아주는 것을 골자로 한 사회적경제기본법과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 시 국회 통제를 받도록 한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 없인 서발법 등 여당 요구를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10명 중 7명 일하는데...생산성은 제조업 '절반'서발법이 12년째 표류하는 사이 한국의 서비스 산업 경쟁력은 정체돼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이 인당 13만8300달러인데 반해 서비스업은 6만5700달러로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처럼 생산성이 낮은데 고용 비중은 2022년 기준 70.7%로 제조업을 압도했다. 인당 생산성이 제조업의 절반 밖에 안되는 산업에 우리 나라 근로자 10명 중 7명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취업자 1인당 노동 생산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 제조업은 비교 대상 35개 회원국 중 6위로 상위권이었지만 서비스업은 27위로 하위권이었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지수는 34위로 뒤에서 두 번째였다. 그만큼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불균형이 크고,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떨어진따는 뜻이다. 기재부는 서발법 통과가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할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발법에선 서비스업의 정의를 산업간 융합 등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업을 포괄할 수 있도록 폭넓게 정의했다. 그간 관광이나 컨텐츠, 바이오헬스 같은 기존 유망 업종과 달리 개별법이 없는 대다수 업종의 경우 지원 근거가 없어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컸다. 서발법이 제정되면 다양한 신업종에 대한 재정, 세제, 금융 지원을 비롯해 규제 개선이나 인력 양성, 연구개발(R&D)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5년 단위의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 등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범부처 차원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이근우 기재부 서비스경제과장은 "제조업 중심 성장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서비스 산업 육성의 필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이라며 "서발법이 통과되면 기존 유망 산업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