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공개한 가자 알시파 병원 지하 땅굴.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가자 알시파 병원 지하 땅굴.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설치한 지하 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 알샤티 난민캠프 북쪽으로 4km가량 떨어진 지점에 최소 5대의 대형 펌프를 설치해 둔 상태다. 각 펌프는 지중해로부터 시간당 수천㎥의 해수를 끌어올 수 있어, 이를 사용하면 하마스 지하 터널은 몇 주 내로 물에 잠긴다.

WSJ가 보도에서 인용한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스라엘은 지난달 초 미국에 이 같은 계획을 알려왔고, 현재 미 정부 내에선 해당 계획의 군사적 가치와 실현 가능성, 환경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 당국자들도 이스라엘 정부가 이 계획의 실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알 수 없고, 이스라엘이 계획을 폐기하지도, 최종 결정하지도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침수 계획을 찬성하는 이들은 터널이 물에 잠기면 하마스 대원과 인질들이 지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어 주요 군사 수단인 지하 터널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다만 WSJ은 다만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모두 풀려나기 전에 이스라엘이 정말 이 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관측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해당 작전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이미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 주민들에게 인도주의적인 참사를 추가로 안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전쟁 이후 가자지구 식수원인 정수 시설들은 최근 작동을 멈췄으며, 이스라엘에서 가자로 이어지는 수도관 3개 중 하나는 완전히 끊긴 바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재개. / 사진=AFP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재개. / 사진=AFP
한편 이스라엘군 당국자는 WSJ에 침수 계획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테러 능력을 해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작전을 수행 중이며 여러 군사적, 기술적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