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코프로비엠
사진=에코프로비엠
하이투자증권은 4일 삼성SDI와 약 44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중장기 실적 전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차전지 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도가 낮다며 목표주가 27만원과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일 주력 고객사인 삼성SDI와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총 5년이며, 공급 금액은 최근 공급가 평균 기준 약 43조9000억원(연평균 약 8조8000억원) 규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공급 계약 물량의 상당 부분은 삼성SDI가 2024년부터 생산하는 차세대 P6 배터리용 양극재로 사용되며, GM, 스텔란티스, BMW 등의 완성차 제조사들에 채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SDI가 북미에서 증설 중인 스텔란티스 합작 1, 2공장과 GM 합작 1공장이 2025년부터 매년 순차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매출이 시작된 이후 2025년부터 증가폭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삼성SDI향 매출액은 약 4조3000억원(매출 비중 약 58%)으로 전년 대비 45%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전방 수요가 상당히 부진했던 파워툴향을 제외할 경우 전기차(EV)·에너지저장장치(ESS)향으로 공급되는 양극재 매출액은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중장기 공급 계약으로 내년부터 삼성SDI 향 매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5년간 총 계약 금액 43조9000억원(연평균 약 8조8000억원)이 기존에 발생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의 삼성SDI향 매출에 그대로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점진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반영한 에코프로비엠의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삼성SDI향 매출액은 이번 중장기 공급 계약건을 포함해 약 48조원으로 추정된다(2024년 약 4조7000억원, 2025년 약 6조5000억원, 2026년 약 9조5000억원, 2027년 약 12조원, 2028년 약 14조6000억원)"며 "이는 당사의 기존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중장기 실적 전망치에 변화는 없다"고 부연했다.

정 연구원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지난달 6일부터 약 8개월간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서 이번 중장기 공급 계약으로 수급 쏠림이 발생할 경우 단기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에코프로비엠의 2027년말 기준 양극재 캐파 총 71만t 증설 계획과 중장기 실적 전망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7월 이후 단기 발생한 주가 하락세로 과도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당히 완화됐지만 이차전지 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낮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 우려와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