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다음달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외국우려기업(FEOC)’에 관한 세부 규정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한국 분리막, 전해액 기업 등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규제 적용 시점이 빨라져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FEOC가 제조한 배터리 부품(셀, 모듈, 분리막, 전해액 등)을 적용해 만든 전기차에 대해 내년부터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 IET, LG화학, WCP 등 분리막 생산 기업은 내년 상반기 내 북미 공장 신설 계획을 확정하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폴란드 공장을 운영 중인 SK IET는 “FEOC 발표 이전에도 북미에 공장을 둔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랐다”며 “조만간 북미 진출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레이와 헝가리 합작공장을 가동 중인 LG화학도 미국에 거점을 두고 LG에너지솔루션 북미 공장 등에 납품할 계획이다. 삼성SDI 납품 비중이 높은 WCP도 북미 진출 계획을 갖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68% 차지했다.

솔브레인홀딩스, 엔켐 등 전해액 기업의 미국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에선 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공장이 중국산 전해액을 일부 또는 전부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을 한국 기업이나 일본 미쓰비시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박 기업은 이후 발표될 IRA 핵심광물에 대한 세부 규정에 동박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FEOC 수혜’의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

FEOC 규정이 적용되면 당장 다음달부터 IRA 보조금 전액을 받는 전기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조립된 CATL 배터리를 장착하는 포드 머스탱, 테슬라 일부 모델의 경우 지금은 7500달러 세액공제 대상이지만 내년부터는 수혜 금액이 3750달러로 깎일 수 있다. 미국에서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형규/빈난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