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를 넘는 배터리 합작사를 ‘외국우려기업(FEOC)’으로 지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세액공제)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급성장하는 전기자동차·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다. 애초 시장 예상치(지분 허용률 50%)보다 세다. 중국 기업과 손을 잡은 국내 기업은 미국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지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재무부는 1일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FEOC 등에 대한 최종 가이던스를 내놨다. 지난 3월 IRA 세액공제(대당 최대 7500달러)를 받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 요건 등 잠정 지침을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국내 배터리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앞선 지침에 따른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해 보조금을 받아왔다.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광물을 40% 이상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3750달러)과 북미산 부품을 50% 이상 써야 한다는 조건(3750달러)이다.

미국은 FEOC가 제조한 배터리 부품은 내년부터, 이들이 추출·가공한 광물은 2025년부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중국 국유기업이 제외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민간 기업이 지분을 25% 이상 보유한 미국 및 제3국 소재 기업도 FEOC에 포함됐다. 중국 업체가 SK온 에코프로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배터리기업과 합작 설립한 회사가 대상이다.

업계에선 애초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현실론에 따라 중국 지분을 50%까지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중국에 적대적인 미국 정치권의 강경론이 더 세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SK·에코프로·포스코, 中 합작사 지분 조정 불가피
韓 기업 지분 75% 이상 돼야…전기차 보조금 7500弗 받아

中 지분 25% 넘는 합작사, 美 전기차 보조금 못 받는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셀·소재 기업들은 중국 업체와의 합작 지분율을 조정해 외국우려기업(FEOC) 규제를 피해 갈 계획이다. 중국 기업의 합작 지분이 더 많거나 조정이 어려우면 해당 공장에서 제조하는 원료와 소재를 유럽 등에 공급하는 전략도 짜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업체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추가 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모로코에선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두 기업은 FEOC 규정을 고려해 지분율을 조정할 계획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합작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등에 납품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FEOC 규정을 철저히 지킬 방침이다. LG화학과 화유코발트의 구미 양극재 합작공장 지분율은 현재 51%와 49%다. LG화학은 이 합작공장의 지분율을 7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테슬라 밸류체인에 속하는 엘앤에프는 아예 한국 기업과 합작공장을 꾸려 우려를 없앴다. 이 회사는 ㈜LS와 새만금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연내 착공한다. 한국 기업끼리 소재 국산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가장 작은 사례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공장을 독자 운영하고 있어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꼽힌다.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CNGR과 경북 포항에 구축하고 있는 전구체 공장은 지분율이 2 대 8이다. FEOC 규정에 따라 미국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글로벌 공장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대신 유럽 등에 물량을 공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미국에도 공급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추후 지분율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거린메이, SK온, 에코프로그룹이 합작한 새만금 전구체 공장의 지분율은 각각 50%, 25%, 25%로 추정된다. SK온과 에코프로그룹은 두 회사의 지분율 합계가 75% 이상이 되도록 거린메이와 지분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일규/김형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