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美 아이다호 SMR 사업 취소가 주는 교훈
최근 다양한 활용성과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여러 나라와 기업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그동안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돼온 소형원전 보이저(VOYGR) 건설 사업이 종료됐다. 충분한 전력 구매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사와 전력 구매자인 유타지역전력협회는 77㎿e급 SMR 6기를 건설하는 사업인 ‘무탄소 발전 프로젝트’ 중단에 합의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SMR 실물화를 위한 상징적인 사업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나 SMR 사업 전체의 실패로 볼 이유는 없다.

SMR이 본격적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시작하면 탄소 감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SMR을 이용하려 한다면 기술과 사업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SMR은 건설 및 발전단가 등 경제성 면에서 대형 원전에 비해 뒤처지지만, 기술 혁신과 용도 다변화를 통한 경쟁력을 추구한다. SMR은 소형화로 사업 기간과 비용을 줄임으로써 초기 투자금과 금융 조달 비용을 낮추고, 모듈식 제작으로 건설 기간과 시공 비용을 감축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기술 혁신으로 경제성을 개선하더라도 원자재비, 인건비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사업비가 증가한다면 SMR 사업의 경제성은 떨어질 수 있다. 뉴스케일파워의 아이다호 건설 사업이 취소된 배경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이 꼽힌 이유다.

둘째, SMR은 단일한 기술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80종이 넘는 SMR이 개발 중이고 적용된 기술과 개발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설계나 재료, 인허가 수준이 제각각이라 기술적·사업적 타당성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당장 지을 수 있는 SMR이 있는가 하면 먼 미래를 약속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해외 일부 SMR 기업들이 발표하는 장밋빛 미래를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들도 SMR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SMR을 지어 상업적으로 전기나 증기를 판매하는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스케일파워가 사업 초기에 전력 단가를 너무 낮게 잡았다가 설계 변경을 거치면서 단가를 크게 높였다는 지적이 있다. 이것이 새로운 기술 개발 과정에서 겪는 리스크다. 도입된 기술이 혁신적일수록 사업비 평가가 어렵다. 사업비를 안정적으로 산정하기에는 기존 원전에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킨 보수적인 SMR 기술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 SMR 건설 사업 취소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SMR 거품론을 제기한다. 하나의 사례를 모든 SMR 사례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SMR의 검증된 기술과 현실적 사업 목표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SMR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성숙한 시장이 형성돼야 탈원전 시대를 겪으며 위축된 국내 원자력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