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부진한 내수 때문이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데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정학 갈등·원자재값 상승 땐 내년 성장률 1.9%로 떨어질 것"
한은은 30일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2.1%로 전망하면서 “고금리 영향 등으로 약화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회복 모멘텀을 반영해 당초 예상(2.2%)보다 소폭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재화·서비스 국내 소비가 펜트업(보복) 수요 둔화로 회복세가 완만하겠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관련 리스크도 향후 내수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잠재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전망 땐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2%로 제시했지만 이번에는 1.9%로 0.3%포인트 낮췄다. 건설투자는 -0.1%에서 -1.8%로 하락폭을 높여 잡았다. 반면 설비투자는 4.0%에서 4.1%로, 수출은 3.1%에서 3.3%로 전망치를 높였다.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보다 낮다. OECD는 2.3%, IMF와 KDI는 각각 2.2%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적으로 봤을 때 2% 이상의 성장률은 그렇게 나쁜 성장률은 아닌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1.4%)는 잠재성장률(2%)보다 밑에 있지만 내년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간다”며 “미국과 선진국은 올해 성장률이 좋다가 내년에는 떨어지는 추세인데 우리는 올라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은은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중국 경제 향방, 국제 유가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며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2차 파급효과가 확대되면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34만 명, 내년 24만 명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300억달러, 내년 490억달러로 예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