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김민기에 책을 내보자 했다가 대차게 거절당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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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최윤경의 탐나는 책
<김민기>, 김창남 지음, 2020년, 한울
<김민기>, 김창남 지음, 2020년, 한울

대학에 들어가 온갖 민중가요를 섭렵하던 와중에 접하게 된 김민기의 노래는 전혀 선동적이지 않은 노랫말과 음률로 나를 사로잡았다. 익히 알고 있던 <아침이슬>과 <작은 연못>마저도 이전에 들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읊조리는 듯한 음색과 느릿한 박자를 뚫고 나오는 처연함. 슬픔과 아름다움이 함께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지하철1호선'을 타고 통학하는 동안, 김민기의 음반은 늘 함께였다.

몇 년이 지나 출간된 『김민기』는 관계자가 이야기했듯이 김창남 교수가 한울출판사에서 낸 것이었다. 1985년 한 차례 출간된 바 있는 『김민기』는 그 이후 김민기의 음악 활동까지 담아내며 몇 배로 두툼해졌다. 김민기가 작곡한 모든 노래의 악보와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노래굿 <공장의 불빛> 등의 대본, 곡에 대한 해설, 비평까지 총망라했다. 출판사는 이 책을 ‘현재진행형인 그의 삶의 중간정리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보기 위해 찾았던, 김민기 대표의 책을 내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던, 대학로에 있는 출판사에 근무하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오가며 보았던 학전소극장이 내년 3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오랫동안 경외하던 봉우리 하나가 내려앉는 듯하다. 쾌유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