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서울 통근 이용객 몰려 혼잡 극심…"혼잡 피해 1시간 일찍 출근도"
"광교~신사 왕복 8천200원…콩나물시루 같은데 요금은 2배 비싸" 불만

[※ 편집자 주 = 신분당선은 2011년 개통 이후 광교·수지·분당 등 경기동남부권에서 서울 강남으로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그러나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추진된 터라 공공이 운영하는 전철에 비해 요금이 두 배가량 비싼 데다 최근 2년 연속으로 요금을 인상해 이용객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금은 오르고 있지만, 출퇴근 시간대 혼잡은 날로 심화하고, 철도경찰 센터나 사고상황 공유 시스템 등 이용객 안전 및 편의 증진을 위한 체계는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신분당선의 운영상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업 재구조화 방안을 짚어보는 기획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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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계속 눈앞에서 열차를 보내고 있어요.

요금도 비싼데 적어도 열차를 제때 탈 수는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신분당선 문제없나] ① "3대 그냥 보내고서야 탑승"…출근길 '지옥철'
월요일이었던 지난 20일 오전 8시 경기 성남시 신분당선 신사 방향 정자역 승강장.
10여명의 시민이 늘어선 탑승구 한쪽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직장인 김모(30)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곳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연합뉴스 취재진도 5분 간격으로 온 차량 3대를 그냥 보내야 했다.

이미 앞선 역에서 승차하거나 청량리행 수인분당선에서 환승한 승객들로 가득 찬 만차 상태의 열차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탑승구에 2~3명의 이용객만 간신히 열차에 몸을 밀어 넣을 수 있었고 나머지 승객은 비좁은 승강장에 서서 다음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열차 내 승객들은 마치 닭장 속 닭처럼 다닥다닥 붙은 상태에서 추가로 이용객이 탑승하자 피곤하고 짜증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

1량당 정원이 160명인 열차에는 한눈에 봐도 그보다 훨씬 많은 승객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차 있었다.

몇몇은 부피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앞으로 멘 백팩 가방을 끌어안으며 안간힘을 썼다.

매일 신분당선 정자~강남 구간을 거쳐 출퇴근한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출근 시간대에는 언제 열차를 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 차라리 혼잡한 때를 피해 1시간가량 일찍 출근한다"며 "이렇게 해도 열차를 그냥 보낼 때가 많고, 탄다고 해도 비좁은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5분 후 다음 열차가 진입했으나, 이번에도 탑승해보려는 사람들이 먼저 타고 있던 승객들을 몸으로 꾸역꾸역 밀면서 들어오자 열차 안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졌다.

급기야 "일부 출입문이 닫히지 않아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 일부 승객이 내렸다가 타기를 반복했고, 몇 분이 지나서야 열차가 출발할 수 있었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① "3대 그냥 보내고서야 탑승"…출근길 '지옥철'
취재진은 네 번째로 들어온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지만, 여기서부터가 또 문제였다.

다음 역인 판교역에 멈춰서자 하차하려는 사람들과 계속 열차에 타고 있으려는 승객들이 뒤섞여 더욱 혼잡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탑승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하차하기 위해 비집고 나아가면서 많은 인파가 한쪽으로 쏠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

이후 양재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고, 강남역을 지나 종점을 몇 정거장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야 열차는 차츰 한산해졌다.

출근 시간대 이런 풍경이 비단 신분당선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신분당선 운임이 다른 노선에 비해 비싼 것을 고려하면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취재진이 광교역에서 탑승하면서 개찰구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갖다 대자 1천400원이, 신사역으로 나올 때는 2천700원이 적용돼 총 4천100원이 들었다.

왕복으로 8천200원이 들었는데, 한 달에 20일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월 16만8천원을 쓰는 셈이다.

성남시 미금역에서 신분당선 상행선 열차를 종종 이용한다는 30대 직장인 전씨는 "별생각 없이 신분당선을 이용했다가 '요금 폭탄'을 맞고 깜짝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운임 체계가 복잡한 탓에 요금을 예상하기도 어려워 시간 여유가 있을 땐 더 돌아가더라도 수인분당선을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 연장 사업도 내년 착공할 예정이어서 혼잡도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사업은 서울 강남에서 수원 광교까지 운행 중인 기존 신분당선을 수원 호매실까지 10.1㎞ 구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매일 신분당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장모(29) 씨는 "앞으로 신분당선이 연장되면 출근 시간대 열차에 승객이 더 많아질 텐데 걱정"이라며 "열차를 늘리든지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분당선 문제없나] ① "3대 그냥 보내고서야 탑승"…출근길 '지옥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