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센강 시테섬에서 28일(현지시간)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19년 4월 보수 공사 도중 발생한 화재로 완전히 소실된 첨탑(왼쪽) 목조 지붕이 일부 복원된 모습이다. 복원팀은 올해 4월부터 첨탑의 기단을 쌓고 가을 들어 골격을 세우기 시작했다. 프랑스 문화부는 내년 12월까지 대성당 복원을 완료해 일반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전명자 작가(81)는 60여 년 전 홍익대 서양화과에 들어간 이후 자신이 사랑하는 일상의 풍경을 줄곧 그려왔다. 아파트 실내와 창밖의 풍경, 아이들의 모습, 여행의 기록…. 흘러가는 세월만큼이나 그의 작품과 명성은 꾸준히 쌓여갔고, 마침내 서울여대 미술대학 교수가 됐다.평온한 시간이 흘러가던 50대의 어느 날. 그는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교수직을 던지고 가족도 한국에 둔 채. 그렇게 떠난 길에서 전 작가는 그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났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로운 빛을 뿜어내는 북구의 오로라, 파리 거리의 낭만,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강렬한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해바라기밭…. 그는 이 광경들을 합쳐 화폭에 담았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재현과 현전(現前)의 경계에서’는 그 결과물을 모아놓은 자리다.전 화백의 별명은 ‘오로라 화가’다. “1995년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오로라를 처음 본 이후 내 삶과 작품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서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몽환적인 초록색과 파란색도 오로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하늘에 펼쳐지는 오로라와 함께 유럽의 성당,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길거리를 걷는 파리 시민 등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시공을 초월해 뒤섞여 있는 것도 전 작가 작품의 특징이다. 이렇게 그린 작품들은 다소 통속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다. 전 작가는 “그림은 말로 설명할 필요 없이, 봤을 때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람객들이 그림을 통해 내가 경험한 행복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80세를 넘은 나이에도 그는 여전히 지치지 않고 새 작품을 구상 중이다. 전 작가는 “전시가 끝나면 파리에 들렀다가 노르웨이에 가서 오로라를 다시 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계획”이라며 소녀처럼 맑게 웃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를 이틀 앞둔 주말에도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주요 그룹을 포함해 민관 합동으로 꾸려진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작년 7월 출범한 이후 26일까지 500여 일간 지구를 495바퀴 도는 강행군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주요 그룹 총수는 주말인 25~26일 공식 일정은 없었지만 BIE 회원국 대표를 개별 접촉하며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하루에만 4개 이상 회원국을 만나거나 오찬을 두 번씩 잡는 일정을 소화했다. 지지국 표를 단속하고 중립국을 대상으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심정으로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182개 BIE 회원국 가운데 삼성은 31개국, SK는 24개국, 현대차는 20개국, LG는 10개국을 맡았다.이 회장은 지난 24일 열린 BIE 대표 초청 공식 오찬 행사에서 “미래 도시인 부산이 엑스포를 통해 국제사회에 자유와 연대를 확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영어로 건배사를 했다. 지난 23일 공식 만찬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지지를 호소하는 건배사를 했다. 구광모 회장도 현지에서 각국 BIE 대표를 만나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총수들은 27일 다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투표 하루 전날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주최 BIE 대표단 오찬 행사에 참석해 회원국에 막판 지지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은 개별적으로 회원국 인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이 같은 민관 원팀의 노력에 한국은 초반 현격한 열세를 극복하고 유치 예상 득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재후/김일규/김익환 기자 hu@hankyung.com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를 앞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개최를 위한 유치전에 기업들이 팔을 걷었다. ‘오일 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그간 앞서나갔지만 접전 상황으로 바뀌었고, 막판 대역전극을 일궈낸다는 시나리오다.2030 부산 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앞선 23일 항공기 이코노미석에 탑승한 사진을 올리며 “(유치전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는 승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싸움이었지만, 한국 정부와 여러 기업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한 결과 이제는 누구도 승부를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보통 전용기로 이동하는 대기업 회장이 이코노미석에 탄 것은 막바지 유치 총력전에서 갑자기 특정 국가 주요 인사와 약속이 잡히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말 그대로 총력전인 셈. 최 회장은 “얼마나 일정이 촉박했으면 대기업 회장이 이코노미를 타느냐”는 물음에 “탈 만하다”, “시간은 금”이라며 의지를 다졌다.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최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현지를 찾아 직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아울러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위해 속속 모이는 BIE 대표단을 겨냥해 파리 곳곳에 ‘부산(BUSAN)’을 알리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LG의 경우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이 29일까지 부산 엑스포 개최 염원을 담아 파리 시내버스 노선을 다니는 대형 랩핑(wrapping) 버스 2대를 운행하고 있다. 아울러 파리 시내버스에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광고를 게재, 엑스포가 열리는 해인 2030년에 맞춰 총 2030대의 ‘부산 엑스포 버스’가 달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LG는 설명했다.현대차 역시 파리에서 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6과 기아 EV6로 특별 제작한 부산 엑스포 아트카 10대를 투입해 거리 선전에 나섰다. ‘부산은 준비되었습니다(BUSAN is Ready)’ 문구를 그래피티로 랩핑한 아트카는 파리 주요 명소와 BIE 본부, 각국 대사관 인근을 순회 중이다. 개최지 선정 투표 당일인 28일에는 BIE 총회 회의장 주변은 집중적으로 돌아다닐 예정이다.삼성전자도 파리 소재 국립극장 ‘오페라 가르니에’의 대형 옥외광고에 갤럭시Z플립5 이미지와 함께 부산 엑스포 로고를 노출했다. 또한 샤를드골 국제공항 입국장 대형 광고판을 통해 부산 엑스포 유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리뿐 아니라 그동안 영국 런던 피카딜리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까야오 광장 등 유럽의 대표적 명소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엑스포 홍보 영상을 상영하며 부산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왔다”고 설명했다.현재로선 2030 엑스포 개최 후보지 가운데 부산과 리야드가 양강(兩强)을 형성하고 이탈리아 로마가 다소 처진 구도다. 일찌감치 유치 활동을 시작한 사우디가 다소 우위였지만 한국이 뒷심을 발휘해 따라붙은 것으로 관측된다.실제 당초 리야드 지지 쪽이었던 일본 정부는 부산 지지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6일 “윤석열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에 힘써온 점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28일 투표에선 182개 BIE 회원국 대표가 익명으로 한 표씩 행사한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가 없을 경우 1·2위 도시 대상으로 2차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우리나라는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과반 득표를 저지한 뒤 결선 투표에서 로마 표를 흡수해 뒤집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후보 도시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등을 내세울 방침으로 전해졌다.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