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사고 당시 모습. 사진=강릉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사고 당시 모습. 사진=강릉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작년 12월 강원 강릉에서 이도현군(당시 12세)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판부가 사고 당시 차량에 대한 추가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사고 당시 차량 운전자 A씨(68·여)와 A씨의 가족이자, 사고로 숨진 아이의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 변론 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는 사고 당시 차량 후미 가운데에 위치한 '보조 제동등'이 들어왔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영상 검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검증 기일은 내년 1월 30일로 잡혔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원은 사고 차량이 '1차 모닝 추돌 전 좌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대기를 할 때는 후미에 보조 제동등이 들어오지만, 추돌 전후 상황에서는 점등 상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피고인 제조사 측은 이를 근거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며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고(운전자) 측은 사고 당시 후방 좌우 브레이크 등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미뤄 중간 '보조제동등'은 급발진으로 이미 고장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이같이 반대 의견을 보이자 변론 종결 전 영상 검증을 통해 다시 한번 살펴보겠단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피고 측의 사고기록장치(EDR) 신뢰성 보완 감정 신청도 받아들여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을 앞두고 고(故) 이도현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이른바 '도현이법'(제조물 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 제정을 촉구했다. 앞서 이씨 등 유족은 사고 관련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 청원을 신청했다. 이는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됐고, 앞으로 제조물 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이씨는 "도현이 사고를 단초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급발진 사고 시 결함 원인을 제조사가 밝힐 수 있도록, 더는 제조사가 방관하고 묵과하지 않도록 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6일 오후 3시56분께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60대 A씨가 몰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급발진 의심 사고에 의해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이자 A씨 손자인 이도현군(12)이 숨졌다. A씨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앞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A씨에 대해 지난 10월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고 사건을 불송치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