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주류 희생해야' 최후통첩…울산 간 김기현 "대통령 자주 만나"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혁신위원회 간 신경전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혁신위가 그동안은 권고안이었던 지도부 및 당 주류의 ‘희생’을 오는 30일 ‘요구안’으로 변경해 공식 의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는 30일 회의에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안을 정식으로 의결해 당 최고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공개적으로 권고했지만, 의원들이 화답하지 않으며 혁신위에서 격론이 오갔다. 23일 혁신위 회의에서는 당 주류의 희생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바로 의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1주일 뒤에 의결하자”는 의견으로 갈리며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부 혁신위원은 사퇴나 조기 해체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혁신위 출범 당시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며 혁신 의지를 밝힌 김기현 대표(사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자신이 출범시킨 혁신위가 본인에게 용퇴를 요구하면서 내부 갈등까지 겪고 있는 점이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혁신위 권고에 아직까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지난 주말 지역구 일정에 참석했다. 25일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을 찾아 세 차례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왜 의정보고회를 하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 황당하다”며 “내 지역구가 울산이고, 내 고향도 울산”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특히 “저는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도 얘기한다”며 ‘윤심(尹心)’을 강조하기도 했다. 혁신위의 지도부 희생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관측에 선을 긋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용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계속해서 김 대표가 ‘관리형 당 대표’의 모습만 보이는 것은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김 대표 측은 “때가 되면 거취를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혁신위 권고에 등 떠밀려 거취를 정하기보단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더 적절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