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인터뷰…"가자지구, 아이들 무덤으로 변해, 포화 중단·후원 필요"
"도움 받는 국가서 주는 나라로 변한 한국…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변화"
유니세프 부총재 "우리가 움직이지 않아 아이들 매일 죽어간다"
"한국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며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데다 기후재난까지 겹친 곳에서는 우리가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서 매일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키티 판 데르 헤이던(59)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 부총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헤이던 부총재는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가자지구 상황을 '재앙'으로 규정했다.

그는 "가자지구는 아이들의 무덤이 됐다"며 "지난달부터 5천명 이상이 죽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국가가 즉각적인 포화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

포화가 멈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후원도 전적으로 필요하다"며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220만명을 위해 앞으로 3개월간 1억5천400만달러(약 2천12억원)가 필요하지만 현재 도달한 모금액은 2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세프 부총재 "우리가 움직이지 않아 아이들 매일 죽어간다"
헤이던 부총재는 또 "뉴스 헤드라인에서 사라지며 잊힌 듯하지만 아이티, 콩고민주공화국, 아프가니스탄, 예멘, 방글라데시 등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며 다른 분쟁지역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수단에서는 어린이 2천400만명 중 2천만명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집을 잃은 600만명 중 절반이 어린이다.

네덜란드 지속가능발전 대사와 기후·에너지·환경·물 국장을 역임한 헤이던 부총재는 또한 "기후변화를 통제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미래를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기후위기 영향을 받습니다.

극한의 열은 조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극심한 가뭄이 오면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해수면 상승으로 사람들이 집을 잃는 지역에선 여자아이들의 조혼 우려가 커집니다.

"
그는 "유니세프뿐 아니라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여러분'의 정부를 향해 배기가스를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지원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8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헤이던 부총재는 "한국 국민과 정부에 감사를 전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정규 재원을 모금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니세프는 1948년 처음 한국을 지원했다.

한국은 그로부터 50년도 안 된 1994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을 '희망'을 보여주는 예로 꼽았다.

"투자를 통해 한국 어린이들은 교육받았고 번영하는 사회와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유니세프가 원하는 변화이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다른 국가도 같은 변화를 이뤄내길 바랍니다.

"
헤이던 부총재는 외교부와 질병관리청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국회의원 등을 만나 한국 정부와 국민의 지원에 감사를 전하고 세계 각지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알릴 계획이다.

유니세프 부총재 "우리가 움직이지 않아 아이들 매일 죽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