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전문 시민단체·정치인들…'프로 고발러'의 시대
'공인 견제' 순기능 있지만 혼란 키운다는 지적도
고발 또 고발…"공권력 감시" vs "수사력 낭비"
"나를 아시나요? 나는 당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데 나한테 왜 그러세요?"
전청조(27·구속)씨의 사기 공범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남현희(42)씨가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을 향해 SNS에 올린 글이다.

김 의원은 사기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경찰에 전씨를 고발하고 남씨를 공범으로 수사해 달라며 진정을 냈다.

'정치인이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사회가 바뀐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남씨는 김 의원을 향해 '왜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공격하는지' 물었지만 피해 당사자나 법정 대리인이 제기할 수 있는 고소와 달리 고발은 고소권자 이외의 제삼자가 누구나 할 수 있다.

김 의원은 그 전부터도 스스로 '민주당 저격수'를 자처하며 고소·고발을 이어왔다.

지난 4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문건을 유출했다며 유튜브 매체 더탐사 출신 인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5월에는 민주당 대선 경선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이낙연 전 대표와 캠프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또 고발…"공권력 감시" vs "수사력 낭비"
◇ 고발 전문단체…'프로고발러' 수식도
논란이 되는 사안마다 나서 수사당국에 고발장을 내는 이들은 또 있다.

한 해에 적어도 수십 건씩 고발을 이어가는 시민단체 관계자나 정치인들에게는 '프로고발러'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이종배(45) 서울시의회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로 활동하며 2019년부터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잇달아 고발했다.

지금까지 접수한 고발·진정 건수만 해도 1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당시 정부·여당의 불법 행위에 대해 시민단체로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잇단 고발로 이름을 알린 덕인지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달엔 포털 '다음'의 응원 페이지 여론조작 의혹이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내는 등 여전히 고발을 이어가고 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현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도맡아 온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업무 등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윤 대통령을 20차례 넘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김건희 여사가 어머니 최은순씨의 '통장 잔고증명 위조' 범행에 공모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도 '공인과 공무원의 권력을 이용한 일탈행위, 부정부패를 강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회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대기업 총수는 물론 여야 인사를 가리지 않고 고발을 이어오고 있다.

고발 또 고발…"공권력 감시" vs "수사력 낭비"
◇ '공권력 감시' 기능 있지만 '수사력 낭비' 지적도
이러한 고발 행위는 경찰과 검찰 등이 신속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진상을 규명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을 갖는다.

자칫 논란으로 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범죄 행위가 있다면 처벌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공인의 일탈 행위를 견제하고 공권력을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히 피해자가 특정이 안 된 사건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가 고발을 통해 사건화하는 데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잦은 고발 행위가 도리어 사회 혼란을 키우고 국민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기관으로서는 '고발 남용'으로 인한 수사력 낭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로 풀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고발이 난무하면서 민생범죄 등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돼야 할 수사 인력이 낭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현 교수는 "여러 단체가 경찰, 검찰, 권익위원회 등 각각 여러 기관에 고발을 진행하는 등 행정력과 수사력을 낭비하는 측면도 있다"며 "고발도 민사 소송처럼 인지 등 비용이 들게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발 행위가 특정 정치 세력에 활용되면 편파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의감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 고발을 이용하거나 편향된 정치적 이익을 위해 형사 사법권을 활용한다는 느낌도 있다"며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툭하면 고소하는 '정치의 사법화'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의 공권력으로 시시비비를 밝힌다는 것이지만 수사·사법 기관에 지나치게 힘을 실어주고 '수사를 통한 통치'가 발생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고발 또 고발…"공권력 감시" vs "수사력 낭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