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이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나랏빚을 급증시킨다’는 독일 학자의 논문(포퓰리스트 리더와 경제)이 최고 권위 경제학술지 ‘아메리칸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다는 소식이다. 포퓰리스트 집권 후 국내총생산(GDP)은 포퓰리스트가 아닌 지도자 집권 때보다 10%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포퓰리스트의 집권은 국가채무 비율도 10%포인트 급증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적 포퓰리즘의 해악은 널리 알려진 바여서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결론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120년간 세계 51명의 포퓰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폐해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논문은 ‘국민’과 ‘엘리트’를 구분 짓고 자신을 ‘유일한 국민대표’라고 칭하는 지도자를 포퓰리스트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라 러시아 푸틴, 베네수엘라 차베스, 필리핀 두테르테, 칠레 아옌데, 한국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포퓰리스트로 분류됐다.

포퓰리스트 집권 후 2년은 GDP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논문의 결론도 관심을 모은다. 3년 차부터 본격화하는 부작용이 포퓰리스트의 뒤를 이은 탈포퓰리즘 지도자의 임기를 덮칠 경우 국민들 판단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과 경제 성과 간 상관관계에 대한 이 같은 분석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표를 노린 선심성 정책과 공약이 쏟아지는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대 야당은 근로자·서민표 공략을 위해 위헌적인 노란봉투법·횡재세를 인정사정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세수 펑크를 걱정하는 척하더니 ‘성장률 3% 회복’을 위해선 돈풀기가 절실하다는 모순된 주장에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야당의 포퓰리즘을 비난하던 여당의 표변도 놀랍다. 코로나 지원금 환수 백지화, 공매도 전면 금지 등 여당발 포퓰리즘 정책이 봇물이다. 유권자의 단호한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