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면서 엔화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엔화 가치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뿐 아니라 일본 주식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엔화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엔화 ETF 담는 개인들…증권사 "올라갈 일만 남았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7일까지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415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했다. 지난달 40억5229만원어치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로 엔선물지수를 추종한다. 엔화는 지난주 달러당 149.59엔에 마감했다.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52엔에 육박했다.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만기 엔화 헤지 ETF’다. 순매수 금액은 2563만4889달러(약 332억원)에 달한다.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에 더해 엔화가 반등하면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다.

엔저 수혜가 기대되는 일본 기업의 주식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다. 개인은 이달 들어 도요타자동차 주식을 각각 40만1360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도요타자동차 주가는 6.65% 상승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하락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450억엔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현재 수준에서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일본만 시장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연말까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엔화 가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