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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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 가치가 33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원·엔 환율도 850원대로 추락했다. 원·엔 환율이 87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이후 15년10개월 만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진 점이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엔화를 사들이거나 엔화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재테크족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엔테크에 뛰어들려는 투자자가 살펴볼 만한 상품과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그래픽 = 이은현 기자
그래픽 = 이은현 기자

환차익 노린다면 환전·외화예금

대표적인 투자 방법은 ‘환전’이다. 금융사 환전 서비스를 이용해 원화를 엔화로 직접 바꾸거나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화를 엔화로 바꿨다가 엔화 가치가 오를 때 되팔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외환 가치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통상 은행들은 환전할 때 거래 금액의 1.5~1.75%를 환전 수수료로 부과한다. 하지만 은행들이 제공 중인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적용받으면 수수료율을 1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농협은행은 모바일뱅킹 앱 ‘NH올원뱅크’에서 환전하면 수수료를 원래 금액에서 90% 할인해준다. 결과적으로 환전 수수료율은 0.175%로 낮아진다.

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원화를 외화예금 계좌에 입금하면 엔화로 자동 환전된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단 예금금리는 붙지 않아 이자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엔화로 미국·일본 ETF 매수도

수익을 적극적으로 내고 싶다면 엔화로 일본에 상장된 미국·일본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거나, 원화로 국내 상장된 ETF를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환차익과 ETF 운용 수익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어서다. 해외와 국내 상장 펀드 모두 투자 시 배당소득세로 수익의 15.4%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에 상장된 미국 ETF를 선택할 때는 S&P500지수나 미국 중·장기 국채 금리를 추종하는 우량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미국 시장금리가 하락세로 진입하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오르면서 운용 수익을 낼 수 있다. 일본 ETF 중에서는 일본 핵심 지역에 있는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리츠 ETF의 기대 수익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츠는 개인 및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모아 빌딩·물류센터 등 부동산을 매수하고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정기 배당하는 금융회사다.

일본은 ‘제로(0)’에 가까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상대적으로 싼값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기 유리하다. 부동산의 매수 당시 초기 가격을 감안하면 싱가포르 홍콩보다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높아 ETF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다. 삼성자산운용이 판매 중인 일본 리츠 ETF인 ‘삼성 J-REITs 부동산투자신탁 Ae’의 월말 운용 수익률은 지난달 말 기준 연 5.39%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KODEX 다우존스 미국 리츠 H’의 월말 수익률이 -19.39%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원화로 국내 상장된 엔화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원·엔 환율이 기초가 되는 ‘엔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엔화 가치 전망에 따라 지수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사실상 엔화를 직접 보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변동성 감안해 여윳돈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엔저 상황에서 수익 추구가 목표라면 운용 수익이 발생하는 ETF 투자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환차익을 통해서만 수익이 나는 엔화 환전이나 외화예금은 엔화 가치 상승 시기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 투자에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안정형 투자자라면 엔테크 투자금의 60~70%를, 공격형 투자자라면 80~90%를 ETF에 넣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신정섭 신한은행 PWM 서울 파이낸스센터 팀장은 “단순 환차익만 볼 수 있는 외화예금을 제외하면 엔테크 상품은 엔화 변동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험도가 높다”며 “어느 정도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을 통해 투자에 접근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은행 외화예금 상품 살펴보니
국민銀, 엔·유로까지 가입통화 확대…수협은 환전 수수료 최대 70% 할인

엔화 현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환차익을 노리고 투자하고 싶다면 은행의 외화예금 상품을 살펴보는 게 좋다. 다만 예금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낮아 이자가 거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금 손실도 일어날 수 있다.

은행들은 환전 수수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담은 외화예금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환테크 전용 상품인 ‘바로보는 외화통장’의 가입 통화를 기존 미국 달러화에서 엔화와 유로화까지 확대했다.

환율이 오르내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수익률과 이 통장으로 얻은 수익 금액을 가입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입출금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 할인율을 달러화에는 90%, 엔화·유로에는 80%를 적용한다. 환전한 외화를 국민은행의 환전 서비스 ‘외화머니박스’에 입금하면 가까운 영업점에서 외화를 수령할 수 있다. 외화 현금수수료도 면제된다.

수협은행은 지난 7월 가입 시 지정한 목표 환율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Sh 똑똑 환테크 외화적립예금’을 출시했다. 환전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다음달 29일까지 고객이 지정한 목표 환율에 도달해 만기 전에 자동 해지되면 약정 이율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외화 체인지업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증권 또는 신한투자증권 해외주식 계좌와 연계하면 원화를 입금한 뒤 따로 환전하지 않아도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외화를 입출금할 때 환전 수수료 할인율을 50% 적용해준다.

하나은행에도 외화를 자유롭게 넣고 꺼내쓸 수 있는 ‘하나 밀리언달러 외화통장’이 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제휴 증권사 계좌를 연결하면 환전 없이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환율 케어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을 반영해 외화 금액을 조절해준다. 미리 정한 자동이체일 전날 환율과 직전 3개월 평균 환율을 비교해 환율이 낮으면 외화를 많이 사고 높으면 덜 사는 방식이다.

환차익을 목적으로 외화예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잔액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13일 기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140억엔(약 9조5661억원)으로 10월 말 이후 보름 만에 651억엔(약 5590억원) 증가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