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재해 예방 절실…불확실성 대비한 '물그릇' 확보해야
전 세계가 기후위기 피해를 겪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극한 가뭄은 경제적 손실을 넘어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유럽은 2021년 대규모 홍수로 200여 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1년에 1200년 빈도 수준의 최악의 가뭄을 겪은 데 이어 올해 홍수까지 나는 등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수도권 도시 침수와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에서 500년 이상 빈도의 홍수로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있었다. 한편 광주·전남지역은 강수량 부족으로 올해 4월 급수가 중단되는 위기까지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뒤 장마철 집중호우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와 경북 예천 산사태 등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강우량의 변동과 그 패턴이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으로 변화하며 홍수와 가뭄의 물 재해를 짧은 주기로 반복하는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는 적극적인 물그릇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2020년 기록적 폭우로 인한 큰 인명 피해를 계기로 2008년 중단된 가와베가와 댐의 건설을 재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가뭄을 계기로 1980년대 중단됐던 댐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최근 한국은 신규 댐 건설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물 수요 관리 측면의 이수 정책을 추진하고 하천 제방을 높이는 등 정비 방식 위주의 치수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만으로는 날로 극심해지는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보다 적극적인 물그릇 확보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간 한국이 경제적인 발전을 달성한 과정에서 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댐은 집중호우 시 하류로 유하하는 홍수량을 저감하고 지체시켜 하천에서 부담해야 할 홍수량을 줄이고 하류지역을 보호할 수 있다. 또 도시 개발 및 첨단산업단지 조성 등에 맞춰 안정적인 용수 공급으로 지역 개발을 도모할 수 있는 일석이조 기능을 하게 된다. 댐을 신규로 건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댐의 상·하류부에 추가 댐을 건설해 수몰지역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물그릇을 키우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강구될 수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과거 홍수 등의 피해가 발생한 지역주민이 의견을 모아 대책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강 유역 원주천댐, 낙동강 유역 봉화댐, 포항 냉천 상류 항사댐의 경우 피해가 발생한 지역이 정부에 먼저 제안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도 환경부가 댐 건설 추진을 밝힘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물 관리는 국가의 고유한 책무 중 하나다.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물 재해와 장래 불확실성이 커진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댐 건설은 후보지 선정부터 공사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준비가 늦은 만큼 피해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속한 치수대책을 추진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