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20여년만에 현대엘리 이사회 물러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이 17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 남편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이사회 지휘봉을 잡은 지 20여 년 만이다.

현대그룹은 “현 회장이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등기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현 회장은 이사회에서 “최근 사회 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핵심 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지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는 현재 현 회장과 조재천 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현 회장은 현대아산, 현대무벡스,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등의 등기이사도 맡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다음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후속 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다. 차기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기회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현재 사외후보추천위원회 중심의 사외이사 선정 방식을 외부 기관을 통해 후보를 추천받아 그중에서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들의 성과와 연동된 평가 및 보상체계도 마련한다. 감사위원회도 별도 지원조직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순이익의 50% 이상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최저배당제 등의 도입을 검토하며 주주환원정책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세부적인 사항은 차차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