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착각한 학생 위해 4㎞ 거리 3분 만에 주파한 경찰관
[수능] '반드시 구해줄게' 영화 방불케 한 수험생 수송 작전
"여기가 아닌 것 같아요.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6일 오전 8시께 도 교육청 제49지구 제1시험장이 마련된 춘천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교문을 빠져나왔다.

시험장을 착각한 것 같다는 학생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시험장 문이 닫히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하지만 즉시 움직일 수 없었다.

수험생이 정확한 시험장이 어디인지 헷갈렸던 까닭이다.

경찰은 교육 당국에 급히 전화해 시험장이 어디인지 확인에 나섰다.

담당자는 각종 수능 업무로 분주했고 5분이 넘는 시간이 흘러서야 제 고사장이 춘천기계공고임을 확인했다.

춘천고에서 시험장까지는 4㎞가량 떨어져 있었고 수험생은 오전 8시 7분에 경찰차를 탔다.

3분이 지나면 교문이 닫히고 학생은 시험을 볼 수 없게 될 처지였다.

[수능] '반드시 구해줄게' 영화 방불케 한 수험생 수송 작전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제때 도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때 영화 같은 주행이 시작됐다.

당시 출동 경찰관인 소양로지구대 김지환 경사는 춘천고 입구에서 명동 쪽 골목으로 차량을 몰았고 뒤이어 소양동행정복지센터 앞 큰길에 닿자 영화 같은 주행을 펼쳤다.

경찰차 바퀴는 자욱한 연기와 함께 굉음을 냈다.

거리는 곧 자욱한 연기와 고무 탄 냄새로 가득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강변을 따라 경찰차는 속도를 높였다.

길이 한산한 덕분에 거침이 없었다.

이윽고 경찰차는 시험장에 닿았다.

교문은 아직 열려있었다.

초조하게 애태우던 학생은 김 경사를 향해 꾸벅 인사하고 살았다는 듯 교문을 통과했다.

시간은 정확히 8시 10분이었다.

김 경사는 "학생이 너무 초조해했고, 정신 없이 순찰차를 몰았기 때문에 수능 잘 치라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며 "부디 무사히 제 실력을 발휘해 시험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능] '반드시 구해줄게' 영화 방불케 한 수험생 수송 작전
이날 교통체증에 갇히거나 중요한 준비물을 깜빡해 발을 동동 구른 도내 수험생들이 경찰 덕에 무사히 시험장에 입실했다.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오전 8시께 원주에서 "진광고등학교로 가는 좌회전 차량이 많이 밀려 있다"는 신고를 접수해 신속히 현장에서 차량 흐름이 원활하도록 조치했다.

춘천에서는 오전 8시 7분께 "수능을 보는 자녀가 시계를 가져가지 못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어머니로부터 시계를 전달받아 약 2.3㎞ 떨어진 시험장으로 전달했다.

동해에서는 입실 마감 직전 택시를 타고 온 수험생이 수험표를 택시에 두고 온 사실을 파악하고는 "택시를 잡아달라"고 소리치자, 경찰관이 택시를 정지시켜 수험표를 전해줬다.

[수능] '반드시 구해줄게' 영화 방불케 한 수험생 수송 작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