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당 혁신위원회를 향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당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에 김 대표가 정면 돌파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에 대한 평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총선은 종합예술작품인 만큼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잘 지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가 불출마 등 거취를 압박하자 ‘총선은 당 지도부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혁신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김 대표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말을 아껴왔다. 그러다 혁신위가 조기 해체를 검토하고, 불출마 리스트 명단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전날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혁신위를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가 김기현 체제 해체 후 비상대책위를 꾸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김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친윤계와 김 대표를 또다시 압박했다.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에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담겨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스스로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강조한 만큼 혁신위를 향한 비판은 김 대표에게 정치적으로 부담”이라며 “이르면 다음주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