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모든 금융권에 ‘상생금융 기여금’ 명목의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내놨다. 횡재세로 거둔 돈은 소상공인·취약 계층의 저금리 대출 전환과 대출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 감면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금융회사의 이익을 국가가 법으로 거둬들이는 반(反)시장적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14일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회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보호법·보조금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해 거둬들인 순이자이익이 최근 5년 평균보다 1.2배 이상 많으면 일정액을 상생금융 기여금 명목으로 징수하는 게 골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의해 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가 올해 거둔 이익부터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올해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횡재세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정부가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서 그때그때 사회공헌 기부금을 거두는 관치 대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횡재세 도입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민간 기업 재산권 침해, 투자자 주주가치 훼손,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는 등 반시장적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진입 규제를 풀고, 이를 통해 예대마진을 낮추는 정공법을 외면한 채 횡재세 부과 같은 비정상적 방법으로 소비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왜곡에 왜곡을 거듭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횡재세 도입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검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도 은행권의 고통 분담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법 통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횡재세 부과 방법론에선 의견이 다를 수 있어도 전반적인 이익 공유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당도 이견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재영/원종환/강경민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