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야 ‘서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발굴해야 ‘서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 제공
“요즘 해외 관광객들은 등산용품을 대여해 북한산을 암벽등반하고, 로드바이크를 빌려 한강 자전거길을 달리기를 원합니다.”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오는 MZ세대 관광객은 새로운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고궁을 방문해 한복 사진을 찍고, 박물관을 찾는 ‘일회성 관광’을 넘어 ‘체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는 ‘서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관광업계 ‘아이디어뱅크’

길 대표는 1980년대 여행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둔 뒤 코레일관광개발의 대표 등으로 활동한 관광업계 전문가다. 코레일 재직 시절엔 대표적 관광 상품으로 여겨지는 계절별 관광열차, 한류 관광열차, 송년 열차 등의 아이디어를 내놨다.

2021년 7월 관광재단 대표에 오른 그는 도시의 즐길 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애썼다. 그가 찾은 답은 산이다. 길 대표는 “대중교통으로 30분 안에 산에 갈 수 있고, 초보도, 상급자도 만족할 만한 등산로를 갖춘 세계적 도시는 많지 않다”며 “서울 산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작년 9월 북한산 등산코스인 우이동에 문을 연 도심등산관광센터가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등산화를 5000원에, 등산복을 2000원에 빌릴 수 있다. 외국어로 등산 코스를 안내받고, 산에서 내려온 뒤엔 간단한 샤워도 가능하다. 그는 “지난 1년간 1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이 센터를 찾았고, 자치구에서도 설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재단은 이달 서울 삼청동에 2호점을 열고, 내년께 관악산을 겨냥한 3호점도 개관하기로 했다.

재단 주도로 작년 8월 재단장한 광화문광장도 놀거리와 볼거리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듣는다. 길 대표는 “작년 겨울 한 달간 벌인 빛초롱축제와 광화문 마켓에 130만 명이 방문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며 “다음달 열릴 축제의 방문객 목표는 220만 명”이라고 했다. 중국 하얼빈시의 ‘빙등제’, 일본 삿포로시 ‘눈 축제’, 캐나다의 ‘퀘벡 윈터 카니발’에 버금가는 ‘세계 4대 겨울 축제’로 도약시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재단은 올여름 광화문광장을 도심 속 피서지로 바꾸는 색다른 시도도 벌였다. 지난 7월 선보인 ‘2023 서울썸머비치’에는 19일 동안 68만 명이 다녀갔으며, 기업들의 협업 요청도 이어졌다.

“세계적인 ‘K콘텐츠’ 활용해야”

길 대표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활용한 관광 상품화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재단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고래’, ‘오징어 게임’의 ‘술래로봇 영희’ 등의 조형물을 반포한강공원 세빛섬 일대에 설치한 이유다. 세빛섬에선 달고나 만들기, 고래 연날리기 등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돼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길 대표는 “서울이 진정한 관광도시가 되려면 비자 문제 등 풀어야 할 정책 과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전자여행허가(K-ETA)로 들어온 태국, 인도네시아 관광객이 공항에서 입국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입국과 관련돼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다시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숙박시설이 부족한 점, 전문성을 갖춘 가이드의 ‘절대 수’가 모자란 점, 버스기사 문제 등 3000만 관광도시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도 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