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전수조사 때 빠져…"사건 더 빨리 드러날 수 있었는데"
8년 전 엄마가 살해한 '그림자 아기'…임시번호조차 없었다(종합)
2012년과 2015년에 두 아들을 낳자마자 잇따라 살해한 30대 엄마가 최근 경찰에 자수한 가운데 둘째 아들은 임시 신생아 번호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살인 혐의로 구속한 30대 여성 A씨는 2012년 9월 서울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첫째 아들 B군을 자연분만으로 낳았다.

하루 뒤 병원에서 퇴원한 그는 집에 데리고 온 아들이 계속 울자 이불로 감싸 살해했고, 도봉구 야산에서 낙엽 아래에 묻었다.

이후 인천으로 이사를 한 그는 2015년 10월에도 둘째 아들 C군을 산부인과 병원에서 낳았고, 이틀 뒤 퇴원하자마자 살해한 뒤 문학산에 묻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첫째 B군과 둘째 C군 모두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임시 신생아 번호는 B군만 있었고, C군에는 아예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생년월일과 성별 번호를 합친 7자리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붙는다.

출생 후 12시간 안에 등록하는 B형 간염 접종 기록을 관리하기 위한 임시 번호다.

이 임시 번호는 이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돼 기존에 등록된 인적 정보와 합쳐져 함께 관리된다.

앞서 지난 6∼7월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 출생아 중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고 출생신고는 안 된 아동 2천123명을 1차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망 사례를 200건 넘게 발견했고 일부는 경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2015년생인 C군은 임시 번호가 없어 이미 사망한 사실이 당시 전수 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다.

그에게 부여된 임시 번호가 있었다면 이번 사건이 더 빨리 알려졌을 수 있었다.

8년 전 엄마가 살해한 '그림자 아기'…임시번호조차 없었다(종합)
2012년생인 첫째 B군은 임시 번호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복지부가 지난달부터 추가로 2010∼2014년 출생아 중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 9천603명의 소재 확인에 나서자 A씨는 뒤늦게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구청 직원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며 "큰아들이 2012년생이어서 압박감을 느껴 자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는 B군과 관련한 진술만 했다가 추가 출산 여부를 추궁한 경찰에 C군의 존재도 실토했다.

경찰은 C군이 태어난 산부인과 병원에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경위를 물었으나 병원 측도 의아해하며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분명히 출생 직후 예방접종을 했을 것"이라며 "왜 누락됐는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산부인과 병원 측이 신생아 예방 접종을 한 뒤 예방접종통합관리시스템에 기록을 등록하면 자연스럽게 임시 신생아 번호가 생성된다"며 "해당 시스템에 보호자 정보도 함께 기록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로 보호자 정보가 기록된 경우는 가끔 있다"면서도 "예방 접종을 했는데도 임시 번호가 없는 경우는 조사를 해봐야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미혼모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 아들의 친부는 다르다"며 "잠깐 만난 남자들이어서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 자백을 토대로 지난 10일 오후 인천 문학산에서 C군 유골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했다.

또 전날부터 B군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도봉구 야산에서 계속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없는 살인 혐의만 A씨에게 적용했으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끝난 사체유기죄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C군에게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됐더라면 이번 사건이 더 빨리 드러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B군 유골도 최대한 빨리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