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비명계(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에 대한 '공천 학살' 가능성이 나오자, 이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한편, '의원 모임'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탈당설까지 제기되면서 지도부 부담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비명계 의원들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이름의 모임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탈당보다는 가까운 의원들이 일단 가시적으로 공동 행동을 해보자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머지않은 시간에 이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을 오픈시킬까 싶다"며 "개별보다는 압박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과 상식' 모임에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이상민·조응천·이원욱·김종민 의원 등으로, 평소 '이재명 체제'의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해온 의원들이다. 최근 공통적으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소위 '개딸'들의 지역구 사무실 항의 방문 등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개딸들은 "수박을 깨겠다"며 '지역 사냥'이라고 부르는 사무실 항의 방문을 한 달 이상 지속하고 있다. '수박'이란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이들은 최근 이재명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은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을 말할 때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먼저 해야 한다. 대표적 기득권자는 이 대표"라며 "이 대표 고향이기도 한 경북 안동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계'를 자처하는 이들은 목소리를 하나로 규합해 세력화한 뒤 당에 혁신을 요구하고, 최악의 경우 '탈당'까지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 시스템에 대해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하는 '공천 학살'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이미 4년 전 이해찬 대표 시절에 시스템 공천을 확정 지었지 않나. 당헌·당규에 1년 전에 공천 룰을 정하게 돼 있다"며 "이개호 (총선 공천 제도) TF 팀장이 지난 4월에 정한 룰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어떤 (비명계) 의원들도 탈당을 얘기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래서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내부 의견을 조율하고 하는 것이 지도부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